- GPS로 225명 이틀 내 찾았지만
- 경찰 "예산부족" 올해 사업 중단
- 건보공단 "효율성의문" 지원 줄여

부산이 급속하게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실종된 치매 노인 찾기의 방안으로 추진 중인 배회감지기(위치추적기) 보급 사업이 겉돌고 있다. 경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올해부터 사업을 중단했고, 사업을 주도해야 할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실상 손을 놓았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에 등록된 치매 노인은 9000여 명이지만 등록되지 않은 이들까지 합하면 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부산지역 치매 노인 실종신고는 무려 541건에 달했다. 하루 1.5건가량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경찰청은 치매 노인 실종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실시간으로 치매 노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배회감지기 1010건을 보급했다. 배회감지기를 설치하면서 이틀 내에 찾은 실종 치매 노인이 225명에 달할 정도로 효과를 봤다. 하지만 올해 들어 예산 부족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1년 만에 보급을 중단했다.

2013년 7월부터 이 사업을 시작한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사업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차츰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공단 지역본부 관계자는 "치매 노인들이 배회감지기가 불편하다며 풀어버리는 경우가 잦고 오류를 내는 경우도 있어 효율성이 의심된다"며 "만족도도 떨어져 점점 이용률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고 복지연구사업소에 신청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운 점도 이 사업의 확산을 막는 이유로 분석된다. 매달 3000원가량의 본인부담금과 기계 분실 때 13만 원 정도를 물어내야 하는 점도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12월부터 공단과 연계해 보급 지원사업을 펼치는 부산광역치매센터에 의하면 현재까지 배회감지기 지원 건수는 달랑 3건에 그친다.

사정이 급한 자치단체는 자체 통신망을 이용한 배회감지기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서구는 내년 지역 내 치매 노인 920명에게 배회감지기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 지역은 도·농 복합지인 탓에 노년층이 많지만 인구밀도가 낮고 CCTV마저 부족해 실종 치매 노인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주변에 요양병원마저 한 곳에 그쳐 대부분 가정은 치매 노인을 직접 보살피고 있다.

강서구 관계자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치매 노인 실종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며 "사업이 시행되면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삶의 질도 한결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