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억~수백억 원씩 손실 입고
- 부산지역 1년여 사이 15곳 폐업
- 피해 고스란히 조합원이 떠안아
- 방만 경영·도덕적 해이 도 넘어
- 관리감독 강화·시스템 정비 시급
부산 동구의 새마을금고들이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입어 줄줄이 폐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민금융기관을 표방하는 새마을금고가 공금으로 무리한 투자를 벌여 서민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는 지적과 함께 이사장의 방만 경영 및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난이 거세다.
5일 새마을금고 중앙회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투자 실패로 인해 통폐합이 완료된 동구의 금고는 초량2동, 좌천4동, 수정4동 지점으로 모두 3곳이다. 수정5동 지점은 이달 말 해산을 앞두고 있고, 범곡지점은 손실을 입었으나 구조조정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들이 잃은 금액은 총 85억여 원가량으로 추산되며 특히 초량2동 지점은 해외 펀드를 포함한 투자처에서 총 43억 원가량을 잃었다.
초량2동 금고 이사장 A(67) 씨는 최근 검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았으며, 다른 지점의 경영진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당시 한 금고의 이사장이었던 B 씨는 현재 동구의회 의원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지점의 이사장은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증권사 직원인 C 씨로부터 해외 사모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유받았다. 유명 휴양지에 리조트를 조성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과 관련한 펀드 등이었다. 이 과정에서 C 씨는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10%가량의 선이자를 챙겨주는 식으로 이들에게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줄폐업'이 이어지자 고객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인근 지점과의 통합으로 고객의 예금은 보전했지만 막대한 손실은 고스란히 금고 조합원들의 몫으로 남았다.
중앙회 부산본부는 "2년에 한 번 정기감사를 하고 수시로 관리·감독은 하고 있다"면서도 "새마을금고는 각 금고의 자율성이 높기 때문에 경영에 깊이 관여하지는 못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모펀드 투자는 금지되어 있지만 이들은 지침을 어기고 멋대로 공금을 운용했다"며 "지금까지는 징계 수준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이사장 파면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동구 일대 새마을금고가 '쑥대밭'이 됐지만 새마을금고 부실 경영은 이곳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1월께에는 사하구 신평의 한 금고가 주식 투자에 실패해 약 100억 원의 손실을 입고 폐업했다. 이 금고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던 팬택·BOE하이디스 등에 투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연말에는 동래구의 한 금고가 35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 이곳 역시 펀드·주식·채권 등 투자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새마을금고의 내부 관리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전문성과 무관하게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인사가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일이 많고 이 과정에서 비리도 횡행한다"며 "그만큼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직 이사장들이 연임을 위해 재임 중 무리하게 자산 확장을 시도하다 투자 실패를 겪는 일이 많다"며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감시 감독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마을금고 중앙회 부산지역본부는 부실 경영이 잇따르자 지난해 3월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올해 말까지 20곳가량을 통폐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7월 현재까지 총 15곳이 폐업했으며, 4곳이 해산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