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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 집중 여전히 심각
- 시·도별 실국본부 추가 허용 불구
- 행정수요 무관…조직권 일률규정
- 기준인건비 최대3% 자율만 보장
- 자치 경찰제·입법권·협력체제 등
- 중앙행정 권한 지방 이양 하세월
- 정부 반발·비협조 진척 전혀 없어
부산시는 올해 서부산개발국을 신설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산권을 발전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서병수 시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신설'이라고 하니 기존의 21개 실·국·본부에 1개국이 더 늘어난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엄격히 말하면 21개 실·국·본부 범위 안에서 재조정을 통해 명칭과 기능을 변경한 것이다.
전국 시·도는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기구와 정원에 대한 통제를 받는다. 따라서 종전에 한시조직으로 승인받은 서부산개발국은 내년 6월이면 행정자치부로부터 시한연장 승인을 받아야 유지할 수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김성호 정책연구실장은 "전 세계 어디에도 자치단체의 기구와 정원을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곳은 없다"면서 "한국의 지방자치 수준을 보여주는 현 주소"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민선 단체장 출범으로 지방자치가 전면실시된 지 20년이 지나 '성년'이 됐지만 아직도 '아이'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김 실장은 "자치권의 핵심은 조직과 예산인데, 어느 것 하나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할 수 없다"면서 "기구와 정원에 대한 기준이 올 초부터 다소 완화됐다고 하지만 결국 자치단체의 인건비를 규정한 '기준인건비'에 의해 중앙정부의 통제하에 있다"고 비판했다.
■자치조직권 통제도 여전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말 시·도에 실·국·본부를 하나씩 더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대통령령을 개정했다. 겉으로는 자치단체가 지역특색에 맞는 조직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한 것 같지만 인건비성 금액의 기준을 정해 놓은 '기준인건비' 규정의 범위 안에서 허용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행정자치부는 "기준인건비의 최대 3% 이내에서 자율권을 주고 있다"면서 "직급상향 등 부작용이 있어 자치단체에 조직권을 무한정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과 독일 등에서 자치단체의 조직권은 자치권의 제1핵심 요소로 꼽고 있다. 연방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단순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자치단체의 자치조직권을 주법률에 우선하도록 돼 있다. 프랑스는 자치단체가 지방공무원의 직급과 직급비율을 스스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은 지방의회에 자치조직권을 부여하고 있고, 일본은 부단체장의 수를 조례로 정하고 있다.
다만 중앙정부도 자치조직권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여서 지방정부가 효율적 조직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고민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병규 전 안전행정부 장관은 "지역마다 행정수요가 다른데, 조직과 기구·정원까지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도 자치조직권에 대해 점차 인정하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상대 이시원 교수팀은 지난 연말에 발표한 '자치조직권 확대 방안 연구'에서 "2006년 7월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에 자치조직권이 부여됐는데, 13개 실·국·본부에서 2008년 12개로 줄었다가 2013년부터 13개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자치조직권을 주면 기구가 남발될 것이라는 중앙정부의 생각은 기우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치행정권 이양도 지지부진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말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정부차원에서 최초로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분권계획으로 범정부적 실천의지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첫발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중앙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내용의 8개 핵심과제, 자치발전 제도를 정비하는 10개 일반과제, 도의 지위 및 기능 재정립 등 미래발전 과제 2개 등 모두 20개 과제를 담은 이 계획은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계획'으로 그칠 공산이 커졌다.
이 계획은 국회에서 입법을 거쳐야만 가능한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노무현·이명박 정부가 지방으로 넘기기로 했지만, 입법이 안된 20개 중앙부처 111개 법률 649개 사무를 담은 '중앙행정 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일괄이양을 위한 관계법률 정비와 지원에 관한 법률'(지방일괄이양법)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이 법안을 심의해야 할 국회 지방자치발전특별위원회(특위)가 7월부터 폐지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2년 만에 종합계획을 마련했지만, 이양 실적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지방이양 대상 5498개 사무 가운데 1211개(20%)가, 이명박 정부에서 1587개 이양대상 사무 가운데 516개(32.5%)가 이양됐다.
지방이양 대상 사무의 실제 이양비율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한심한 수준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윤태웅 책임연구위원은 "역대 정부가 지방에 넘긴 사무는 대부분 단순 행정사무에 불과했다"면서 "특별행정기관 정비나 자치경찰제 도입, 자치입법권 확대, 국가와 자치단체 간 협력체제정립 등은 중앙부처의 반발이나 비협조로 진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지자체 절반, 인건비도 충당 못해"
■ 지방 곳간 갈수록 열악
- 정부서 세금 8할 걷어 4할 분배
- 중앙 의존 심화…의사결정 제약
- 재정자립, 15년간 약 14% 하락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로 꼽는 것은 재정이다. 세입 기준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8 대 2인데, 세출 기준으로는 4 대 6이라는 재정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세금의 8할을 걷어서 4할을 지방정부에게 분배한다는 의미다. 지방정부로서는 사업계획은 물론 예산집행 등에서 정부의 통제 아래 놓이게 돼 '2할 자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지방자치단체의 하소연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임성일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정부는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8 대 2 국세편중 조세체제를 유지해왔다"면서 "이는 지방재정의 중앙 의존구조와 행태를 심화시키고 의사결정 자율성을 제약하는 부작용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정부가 세금을 걷어 지방정부에 나눠주는 현 구조는 중앙·지방정부 모두에게 책임성을 떨어뜨려 결국 납세자인 국민이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복지비 부담 급증과 저성장 시대로의 진입은 지방정부를 힘든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입안할 경우 지방정부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가 2013년 8·28 부동산 대책에 따른 취득세 영구인하 등 지방세 감면조치와 영유아보육사업 시행 등 복지확대정책을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비롯한 4대 지방협의체가 반발하면서 일부 국고지원조치가 이뤄졌지만 지방재정은 취약해졌다. 남서울대 유태현 교수는 "지방재정자립도가 2000년 59.4%에서 2015년 45.1%로 하락하는 추세"라며 "2015년의 경우 지방세로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자치단체가 126개로 243개 전국 자치단체의 51.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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