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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 입소하지 못한 발달장애 1급 민규(가명·26·오른쪽) 씨가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부산의 한 체육관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성효 기자 |
- 중증 발달장애 프로그램 없어
- 방치 수준인 주간보호센터
- 데리고 나와 사교육에 의존도
- 월 140만원 중 70만원 부담
- 종일활동보조·교육센터 절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일부 주간보호센터를 '성인 탁아소'라고 부른다. 장애 등급이나 유형에 맞는 프로그램을 갖출 여력이 없어 장애인을 '방치'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장·해운대장애인부모회 김세규 사무국장은 "2, 3명의 사회복지사가 장애 등급이 천차만별인 15명 내외의 성인 중증 장애인에게 제대로 된 재활 교육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보호시설에서 스스로 나오거나 쫓겨난 장애인의 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에 의존한다.
올해 26살인 발달장애 1급 민규(가명) 씨는 3년 전 장애인재활직업장에서 친구를 다치게 했다. 100㎏가 넘는 민규 씨와 부딪힌 여성 장애인이 넘어지면서 이빨 하나가 부러졌다. 민규 씨를 다시 받아주는 복지시설은 없었다.
외톨이가 된 민규 씨는 줄곧 집에만 머물렀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엄마에게 소리치거나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 출근한 아빠를 불러야 할 만큼 통제가 힘든 경우도 있었다.
민규 씨 엄마는 최근 특수체육을 전공한 정모(40) 씨에게 민규 씨를 맡겼다. 1999년 장애인 자원봉사와 인연을 맺은 정 씨는 민규 씨의 친구이자 과외선생님이다. 오전 8시부터 수영·헬스와 사회성 향상 교육을 한다. 하루 12시간을 같이 보낸다. 토·일요일에도 민규 씨를 맡을 때가 종종 있다. 월 260시간 이상을 민규 씨에게 투자하는 셈이다.
정 씨가 민규 씨를 돌보는 대가는 월 140만 원가량. 정부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인 정 씨에게 월 70만 원을 지급한다. 나머지는 민규 씨 부모가 부담하고 있다. "민규 씨는 하루 12시간의 활동보조가 필요한데 부산시가 인정한 활동보조 서비스는 하루 6시간이에요. 나머지 6시간에 대한 비용은 사비로 충당합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워요. 죽지 않고서는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민규 씨 엄마의 하소연이다.
동서대 김종건(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자의 경제적 능력이 떨어져 종일 집안에 갇혀 지내는 중증 장애인이 대다수"라며 "민규 씨의 경우 활동보조서비스를 24시간 받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10월 29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달장애인 남매가 숨지기도 했다. 박지우(발달장애·당시 13세) 양과 지훈(뇌병변장애 1급·당시 11세) 군은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참변을 당했다. 장애인 활동보조 24시간 지원만 이뤄졌어도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기관 실태분석을 통한 수가체계 개편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활동보조인 체계 개선과 인센티브 지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충북과 광주는 지난해부터 하루 24시간 중증 장애인 활동보조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광주의 희소난치성 질환자인 장익선(30) 씨가 24시간 활동보조 지원을 받으면서 달라진 삶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장 씨는 "가족들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집에만 갇혀 살면서 약물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우울증까지 왔다. 이제는 부모님이 깊은 잠을 잘 수 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부산은 2013년 '발달장애인 지원 조례'를 전국에서 가장 빨리 제정했다. 그러나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 도입 계획은 아직 없다. 부산 3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장애인차별철폐 부산공동투쟁실천단'은 지난해 8월 활동보조 24시간 지원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또 다른 소망은 평생교육센터 이용이다. '균도 아빠' 이진섭(51) 씨는 "발달장애인은 특수학교를 졸업하면 더 진학이 힘들다. 균도와 같은 중증 장애인은 직업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도 없다"면서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평생교육센터 설치는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활동지원법에도 명시돼 있지만 자치단체는 예산 타령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