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경남 김해시에 '기업활동 지원 및 우수 기업인 예우에 관한 조례'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공정위는 이 조례가 "특정 소수 업체에 시의 행정적 재정적 편중 지원을 초래해 공정경쟁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김해시는 교부금 지급이나 지자체 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을 것을 우려해 공정위의 권고를 수용했다. 지역 업계에서는 "지방 중소기업 육성과 장기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촉매제가 필요한데, 이를 없애라면 수도권 대기업들의 공세 속에 어떻게 살아남으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공정위가 지방자치와 지역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지자체에 제조 유통 건설 등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역 실정을 무시하는 정도를 넘어 아예 '지방 죽이기'에 나섰다는 가시 돋친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공정위의 이 같은 파행적 행태는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와 경남지방자치센터가 23일 발표한 분석 자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들 단체는 2013년 10월 공정위가 낸 '각 자치단체의 경쟁 제한적 조례 규칙 등에 관한 실태 파악 및 개선 방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도내 18개 시·군이 정부로부터 받은 조례·규칙 개선 권고 및 추진 현황 정보의 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자료를 비교 분석했다.
이들 단체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 들어 경남도와 도내 18개 시·군에 12건의 규제 완화 권고를 했다. 김해시와 거창군은 공정위의 권고를 수용했고, 고성군 함양군 양산시 합천군 밀양시 창원시 창녕군 산청군 의령군 함안군 등 10개 시·군은 시정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6개 지자체는 거부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규제 완화를 권고한 사항들은 모두 지방자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어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고성군과 함양군에 시정을 권고한 '담배소매인 지정 사실조사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가 또 다른 예다. 공정위는 "담배 소매인 지정에 따른 거리제한 규정에 관한 사실조사를 지역 담배 판매인 조합이 맡도록 한 것은 진입 제한"이라고 했지만, 지역에선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역 담배 소매인 단체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양산시와 고성군에 시정을 권고한 '견인자동차 운영 및 대행법인 등 관리에 관한 관리 조례'도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이 또한 "지역 업체에 업체 선정 우선권을 주는 것은 진입 제한"이라고 했으나, 지역민들은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사후 서비스에 유리한 지역 업체의 장점을 도외시한 무리한 간섭"이라고 반박했다.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조유묵 사무처장은 "공정위가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조례까지 무력화를 시도하는 등 지방자치 영역까지 침범하려 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막는 행위"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