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출퇴근 시간 단속이 시작된 부산 동천로 대중교통 전용지구에서 통제요원이 승용차 진입을 막고 있다. 국제신문 DB

- 대중교통 전용지구 도입 석 달
- 유동인구 늘며 상권 꿈틀대지만
- 미적용 시간대 정체 등 부작용

- 서울·대구는 '종일제'로 큰 효과
- "획기적 성과 보려면 시간 늘려야"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현재 전국 3곳(대구 중앙로, 서울 연세로, 부산 동천로)에서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자체 설문 조사 등을 통해 만족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등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자평했다. 전국 최초로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만든 대구에서도 도심을 지나는 승용차가 사라지며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등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들 지역은 보행 환경이 크게 개선됨과 동시에 시민 만족도가 높아져 주변 상권이 크게 살아났다고 입을 모았다.

대중교통 전용지구 운영 석 달째인 부산 서면 동천로 역시 보행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다. 유동인구가 큰 지역이라서 상권 활성화에 관한 기대감도 크다.

■상권 활성화 기대 커

휴일인 21일 오후 7시께 부산 부산진구 동천로 일대는 사람들로 붐볐다. 보행로 폭은 양쪽 각각 6.75m로, 과거 3.75m보다 3m 늘어 보행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반면 차로는 2차로로 줄었다. 상인 김모(48) 씨는 "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확실히 늘었다"며 "운영 기간 부속상점 중 일부는 음식점이나 카페로 간판이 변경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생기며 보인 변화다.

부산시는 예산 94억 원을 들여 동천로 일대 740m 구간을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정했다. 시는 대중교통 전용지구 조성을 통해 ▷도심지 승용차 억제 ▷보행환경 개선 ▷상권 활성화 등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앞으로 보행 공간이 정비되면 보행자가 30%가량 늘 것으로 전망한다. 상권 활성화에도 기대가 크다. 시 관계자는 "현재 동천로 일대에 100개 가까운 상점이 있는데, 앞으로 10%가량 점포 수가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는 또 동천로 일대에 시간당 최대 874대의 차량이 몰렸던 극심한 정체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시간당 버스 승하차 인원이 시간당 1467명에서 훨씬 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미국 스위스 일본 등 다양한 선진 도시의 중심 상권이 현재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운영 중이다.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시는 지난 1991년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조성해 인근 상권의 매출이 1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상권 투자가 촉진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 나하시는 지난 2003년 중심 시가지에 사회적 실험을 했다. 바로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조성해 모노레일을 연계하는 버스를 도입하고 보행자를 위한 도로를 만들었다. 나하시의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현재 '기적의 1마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착단계지만 갈 길 멀어

동천로 일대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현재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4월 3일 개통 이후 두 달 동안의 계도 기간 중 부산시가 위반 차량을 단속한 건수는 하루 평균 1200대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달부터 본격적인 단속이 시행되면서 일 평균 단속건수는 20~30건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일부 출퇴근 시간에만 운영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서울 연세로와 대구 중앙로에서는 승용차가 아예 출입할 수 없다. 종일 대중교통만 운행하는 구조다. 반면 부산시는 인근 상인의 반발로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5∼7시30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출퇴근 시간대 운영으로 낮에는 출퇴근 시간보다 더 막힌다. 최근 NC백화점 개점으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졌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윤영삼 교통위원장은 "서울과 대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대중교통 전용지구 운영 시간 때문에 획기적인 성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라며 "상권 활성화를 기대한다면 저녁시간만이라도 운영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동천로 일대 상인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도 만만찮아 제한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 "다 좋은데…물품 공급 너무 힘들어요"

- 뻥뚫린 러시아워 만족 크지만, 운영시간 외엔 더 막혀

부산 시민들은 부산 동천로에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생긴 것을 대체로 반겼다. 하지만 일부 상인은 물품 공급에 애를 먹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서면 동천로 일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문태용(25) 씨는 이전에 비해 소통이 훨씬 원활한 동천로 분위기에 만족하고 있다. 문 씨는 "1년가량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최근 교통 체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예전에는 막히는 도로에 짜증 나 지하철을 환승하며 출퇴근했는데,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생기면서 동천로를 이용해 한 번에 버스를 타며 집을 오간다"고 말했다. 문 씨와 함께 일하는 동료도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인경(여·28) 씨 역시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변한 동천로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김 씨는 보행 환경이 개선된 것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김 씨는 "넓어진 보행로 덕택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겨 좋다"며 "동천로에서 퇴근용 버스를 타는데, 예전과 달리 천천히 쇼핑하고 버스를 타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인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동천로와 가까이 접한 한 수리부속 공구상은 "차로가 좁아진 탓에 대중교통 전용지구 운영시간 이외에는 오히려 차가 더 막혀 물품 공급에 애를 먹고 있다"며 울상 지었다.

반면 인근에서 네일아트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걷는 사람이 많아져 장사가 더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며 "최근 2개월 동안 인근에 카페나 네일아트 등이 새로 문을 여는 등 상권 활성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전했다.


# 유동인구 18% 늘자 상인 불만이 환호로

- 7년 전 국내 첫 도입 대구 중앙로, 1년 만에 효과…미세먼지 36% ↓

24시간 내내 버스 통행만 허용되는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 전용지구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 중앙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교통 전용지구다. 대구시는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2008년 사업비 98억 원을 투입해 대구역 일대 1.05㎞ 구간을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만들었다. 현재 중앙로는 일반 차량은 아예 출입이 통제되고 버스만 통행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택시는 밤 9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적으로 달릴 수 있다.

중앙로는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조성된 이후 확 바뀌었다. 우선 시내버스 이용객은 2009년 489만 명에서 2011년 701만 명으로 43.3% 늘었다. 상권도 덩달아 활기를 되찾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평일 유동인구는 2009년 5만6311명에서 불과 1년 만에 6만6294명으로 17.7%나 증가했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상권도 활기를 되찾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만들고 단기간에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며 "반발하던 인근 상인의 반응도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시내 중심지에 일반 차량의 통행이 제한되면서 공기는 훨씬 깨끗해졌다. 대구시 조사 결과 ▷이산화질소 54% ▷미세먼지 36% ▷일산화탄소 33% ▷아황산가스 25% ▷소음 4dB이 각각 감소했다. 각종 공해에서 벗어나면서 중앙로를 이용하는 시민의 76.7%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대구시는 조형물과 야간 경관을 조성해 도심 상권의 활력소를 제공하고 징검다리 등 주변 개발 사업을 보행 환경 개선 사업과 연계해 나갈 방침이다.

공동기획 : 부산시·부산경찰청 ·부산교통공사·국제신문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 전용지구 효과 유동인구 증가  18%       시내버스 승객 증가  43% 이산화질소 감소 54%       미세먼지 감소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