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홍글씨
- 방역과 사투 의료진·공무원
- 자녀 의심환자 취급 당해
- "학교서 격리해 달라"
- 교육청엔 항의전화 빗발
# 유언비어
- 확진자 집 인근 동네 두고
- "오염된 곳이니 가지 마라 "
- 식당·전통시장 손님 끊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의 자녀는 격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메르스 확진자가 다녀간 동네에 사는 친구랑은 당분간 만나지 마라." "주위에 식당이 많은데 굳이 메르스 확진자가 들른 식당에 갈 필요 없잖아."
부산 전역에 편견이라는 '메르스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금까지 부산의 메르스 확진자는 2명에 불과하고, 두 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인원 역시 음성판정이 나왔지만 막연한 불안감은 도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최일선에서 메르스에 맞서 싸우고 있는 '메르스 전사'들과 그 가족은 메르스보다 무서운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17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며칠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원했거나 거쳐 간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의 자녀를 격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내용이다.
두 번째 확진 환자가 입원했던 좋은강안병원 서우영 원장이 지난 16일 서병수 부산시장 등이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이러한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사실처럼 굳어진 편견을 깨기가 쉽지 않다. 이 병원 관계자는 "현재 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은 300여 명으로 대부분 종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길 정도의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자부심을 갖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그런데 자신 때문에 자녀들이 메르스 환자 취급을 받는다면 어떤 심정이겠느냐. 막연한 불안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른들이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수영구보건소와 수영구 직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부분 직원이 매일 두 차례 자가격리자를 방문해 몸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는 이유로 잠재적인 메르스 환자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다. 한 직원은 "마스크를 쓰고 민원인을 상대하면 불쾌감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마스크를 안 쓰면 민원인이 입을 가리고 거리를 두는 경우도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이 실체가 없는 편견으로 변해 가족에게까지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은 최근 자가 격리 상태이거나 그 후 학교로 복귀한 학생을 위해 페이스북에 '메르스, 편견 없이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줍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이 글에서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자가 격리 대상자가 돼)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 안에만 머무르는 친구들과 부모님은 얼마나 답답하고 걱정이 되겠느냐. 우리도 배려하는 마음에서 따뜻하게 격려해주자"고 당부했다.
수영구도 편견 차단에 나섰다. 박현욱 구청장은 이날 관내 초중고 교장 및 운영위원장과 긴급회의를 열고 "메르스 관련 의료진과 공무원 자녀가 학교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확진 환자 거주지 인근이나 거쳐 간 음식점도 유언비어와 편견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수영팔도시장을 비롯해 수영구 일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식당 등 상당수 영업장이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영구청 인근 식당 주인은 "메르스 환자가 수영 일대 병원에 다녀간 사실이 알려진 뒤 손님이 뚝 끊겼다. 이 상태가 3개월 이상 계속되면 월세, 인건비 때문에 문 닫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운대구의 한 식당도 "보건소에서 메르스와 상관없다고 공표를 했는데도 사람들 머리에 박힌 편견을 없애기는 역부족"이라며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동네의원이나 약국도 메르스 편견과 싸우고 있다. 연제구 연산동의 한 약국 관계자는 "약사를 포함해 약국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예방적 차원에서 착용하고 있는데도 다수의 손님이 불쾌감을 표시한다"며 "마스크 낀 모습을 보고 일부는 마치 메르스 감염자를 만난 듯 약을 타고 나갈 때까지 숨을 참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