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의 전통시장 상인회장들이 대형마트로부터 상생협력 명목의 발전기금을 받아 멋대로 나눠 갖거나 개인적으로 썼다가 덜미가 잡혔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박상진)는 조모(55) 마산통합상인연합회 회장을 업무상 횡령·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3개 전통시장 상인회 회장 3명, 회원 4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입점할 예정인 대형마트 L사는 2012년 5월 마트 반경 1㎞ 내에 있는 전통시장 상인회 4곳에 상생협력 발전기금 명목으로 두차례에 걸쳐 14억 원을 줬다.

발전기금은 대형마트가 한 지역에 입점할 때 매출 감소 등 피해가 예상되는 주변 전통시장에 시설개선 등 명목으로 주는 공금이다.

그러나 조 씨 등 상인회장 4명은 발전기금을 받은 사실을 숨기거나 정확한 금액을 알리지 않은 채 개인적으로 빼돌리거나 자신과 친한 회원에게는 더 많이 나눠주는 등 방법으로 횡령을 했다.

검찰은 조 씨가 마산통합상인연합회, 경남상인연합회, 오동동상인연합회 등 3개 상인회장 직함을 이용해 L사로부터 발전기금 14억 원을 받아 3개 전통시장 상인회에 배분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이 가운데 4억5000만 원은 상인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빼돌리는 등 발전기금 5억 원을 횡령했다가 들통이 났다.

검찰은 조 씨가 이밖에 2013년 5월 경남도로부터 '상인신문' 발행 명목으로 받은 3100만 원 중 2700여만 원을, 2011년~2014년 사이 배달도우미 수당 명목으로 받은 4900여만 원 등 7600여만 원의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도 적발했다.

발전기금을 횡령한 것은 다른 상인회장 3명도 마찬가지다. 회원이 18명인 상인회 회장 김모(59) 씨는 2억8500만 원의 발전기금을 받아 회원 11명에게는 700만 원씩, 다른 회원 2명에게는 100만 원씩만 줬다. 자신은 3700만 원을, 자신과 친한 회원 4명은 2200만~3200만 원씩 챙겼다. 김 씨는 나눠주고 남은 발전기금 가운데 5500만 원을 개인적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회원이 7명인 상인회 회장 박모(67) 씨는 발전기금 1억9000만 원을 받아 자신을 포함해 3명은 4200만원씩 챙긴 후 나머지 회원 4명에게는 800만~1000만 원씩만 지급했다. 박 씨 역시 남은 발전기금 2600만원을 횡령했다.

임원 8명을 포함한 회원이 34명인 상인회의 회장 허모(66) 씨는 발전기금 4억30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회원 34명에게는 1100만 원씩을 준 뒤 자신을 포함한 임원 8명에게는 350만 원씩을 더 얹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