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EA 추산 비용만 1조 원 달해

고리1호기는 폐로까지 최소 30년가량의 세월이 필요하다. 우선 2017년 6월 18일 상업운전을 종료하면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데만 5년, 이후 방사성 오염 제거 등에 다시 10년이 걸린다. 사실상 20년 가까이 고리1호기를 정지 상태 그대로 둬야 하는 셈이다.

고리1호기 폐로 방식으로는 콘크리트를 부어 매립하거나,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하지만 부산시는 완전한 해체를 추진하고 있다. 원전 해체는 영구 정지 후 냉각, 계획·준비, 사용후핵연료 인출·격리, 방사성 기기 안전관리, 제염, 기기 구조물 해체, 부지 복원 순으로 진행한다.

시는 이를 위해 '원자력시설 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해체센터)' 유치를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를 위한 38개 기술 중 17개만 확보하고 있다. 나머지 21개 기술은 전혀 없다. 미확보 기술을 해체센터를 통해 연구·개발하는 게 당장 과제다. 대형 방사성 폐기물 처리도 골칫거리다. 고리1호기는 이미 증기발생기 등 많은 부품을 교체했으며 쓰고 난 부품들은 처리가 안 돼 아직 보관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2013년 말 현재 영구 정지돼 해체됐거나 해체가 예정된 원전은 19개국, 149기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해체가 마무리된 원전은 미국 15기, 독일 3기, 일본 1기 등 19기뿐이다. 그만큼 원전 폐로는 쉽지 않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해체센터를 세워 고리1호기 폐로에 대비해야 한다. 폐로한 원전 시설과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도 시급하다.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데 드는 법정비용은 6033억 원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 고리1호기 해체비용으로 이 돈을 은행에 예치했다. 그러나 실제 해체를 시작하면 까다로운 절차가 많아질 게 분명해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추산한 고리1호기 해체비용은 1조 원가량이다. 이장희 시 원자력안전팀장은 "고리1호기 해체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향후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영구 정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주요 원전 설계 수명 발전소 설계수명 만료일 설계수명 고리1호기 2007년 6월18일 30년 계속운전 승인(2007. 12.11) 허가기간(2007.6.19~2017.6.18) 고리2호기 2023년 4월 8일 40년 고리3호기 2024년 9월28일 40년 고리4호기 2025년 8월 6일 40년 영광1호기 2025년12월22일 40년 영광2호기 2026년 9월11일 40년 울진1호기 2027년12월22일 40년 울진2호기 2028년12월28일 40년 월성1호기 2012년11월20일 (10년 연장) 30년 월성2호기 2026년11월 1일 30년 월성3호기 2027년12월29일 30년 월성4호기 2029년 2월 7일 3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