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영구정지(폐로) 권고 결정을 내려 '1호 폐로'로 기록될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다. 국제신문DB

- 2007년 10년 추가 가동 결정
- 잦은 사고 시민 불안감 키워
- 日 방사선 유출 보며 최고조
- 지역 거센 요구에 2년 후 폐로

1978년 4월 29일 국내 '1호 원전'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1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영구정지 권고에 따라 '1호 폐로'라는 기록도 동시에 세우게 됐다. 우리나라 원전 역사를 이끌어온 고리1호기는 설계수명 연장 이후 잦은 사고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폐로를 요구하는 지역사회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결국 2년 후 '파란만장한 일생'을 마감한다.

고리1호기는 1971년 3월 19일 기공식을 하고 착공한 뒤 1978년 준공했다. 고리1호기 건설공사는 그때까지 국내 사상 최대 단위사업이었고, 외국자본 1억7390만 달러와 국내자본 717억 원 등 총 1560억 원이 투입됐다. 고리1호기는 애초 1976년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석유파동으로 2년 늦게 완공됐다. 우리나라는 고리1호기의 상업운전 개시로 세계 21번째로 원전 보유국 반열에 올랐다.

1970년대엔 국내에 원전 제작기술이 전혀 없었던 탓에 고리1호기는 미국 업체인 '웨스팅하우스'가 턴키(일괄 도급) 방식으로 만들었다. 고리1호기를 신호탄으로 우리나라에는 부산 고리, 경북 월성·울진, 전남 영광, 울산 울주 등에 잇따라 원전이 들어섰다.

고리1호기가 본격적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건 2007년이다. 고리1호기는 2007년 6월 설계수명이 만료돼 원칙적으로 폐로해야 했지만, 정부는 전력난 등을 이유로 수명을 2017년 6월까지 10년 연장했다. 이때부터 안전성 논란에 불이 붙었고, 때마침 30년의 수명을 넘긴 고리1호기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의 불안도 커졌다.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비리와 불량 원전부품 납품 사태, 사고 은폐 등도 시민을 분노하게 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방사선 유출사고는 고리1호기 폐로 요구에 기름을 부었다. 고리1호기도 언제든 비슷한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급기야 2012년 2월에는 고리1호기 전원 공급이 12분가량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외부 전원이 차단된 후 10초 이내에 자동으로 작동해야 하는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으면서 일어났다. 이로 인해 원자로 냉각수는 36.9도에서 58.3도로, 사용후핵연료는 21도에서 21.5도로 상승했다. 후쿠시마 원전처럼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현상까지 우려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들이 불씨가 돼 지역 주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정치권과 부산시가 고리1호기 폐로를 강력히 촉구했다. 또 지난해 6·4지방선거 때 당시 서병수 후보를 비롯해 여야 모든 시장 후보가 고리1호기 폐로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한수원은 고리1호기 폐로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며 끝까지 버텼지만, '지역의 힘'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