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 증가로 노인 무임승차가 부산도시철도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7일 부산도시철도 연산역 모습.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부산 경로우대만 하루 18만 명
- 2007년 640억서 年 50억씩 늘어
- 순손실의 74%, 수입의 42%

- 현실적인 개선안은 두 가지
- ① 손실액 국비로 지원
- ② 혜택 연령 70세로 높이거나 할인율 100%→50%로 축소

지난 4월 29일 전국 7개 도시철도(부산·인천교통공사, 서울·대전·대구·광주도시철도공사, 서울메트로) 운영기관장은 회의를 열고 무임수송 손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합의 내용은 '정부 지원이 없다면 현재 만 65세 이상에게 제공하는 100% 할인율을 2017년부터 조정하는 건의문을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보내겠다'로 요약된다. 이어 이들은 "2003년부터 전국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관련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도 수년 동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라며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대한노인회는 "노인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자"고 자체 결의하며 노인 연령 기준 공론화를 제안했다. 연령을 올리면 기초연금을 포함한 복지 대상 연령이 덩달아 올라 도시철도 무임승차 혜택도 축소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지공대사(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를 언급하며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가 행복지수를 높여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주장을 내놓았던 단체의 입장이 사뭇 달라진 것이다. 그만큼 도시철도 노인 무임승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임승차 적자 폭 증가세

일단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 폭을 살펴보면 그 비중이 작지 않은 데다 지속적인 증가세를 그린다. 부산교통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도시철도 무임손실액은 1065억 원으로 당기순손실의 74%를 차지했다. 2007년 640억 원에서 해마다 약 50억 원 가량씩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전체 수입에서 무임 손실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34.4%에서 41.7%로 늘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무임 승객 22만9408명 가운데 경로우대자는 18만3470명으로 80%를 차지했다. 노인 인구 증가로 이 수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 7개 도시철도 모두 사정은 엇비슷하다. 지난해 전국 무임승차 손실액은 4594억 원으로 당기순손실 9034억 원의 절반에 달했다. 무임승차 손실액에 대한 중앙 정부의 지원은 없으며, 각 지방자치단체 및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메운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경영 적자 원인의 상당 부분을 이 같은 무임승차 손실액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초기시설투자비에 대한 원리금 상환, 운영상 만성적 적자 구조에 의한 문제 등을 무시하고 부실 경영의 원인을 노인들에게만 돌린다는 비판도 있지만,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실적인 개선안 마련은 시급하다.

■현실적인 개선 방안은

현실적으로 교통공사와 노인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개선 방안으로는 중앙정부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노인복지법에 법적 근거를 둔다. 취약했던 노인 소득 보장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1980년 70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요금의 50%를 할인해 주면서 시작됐다. 이후 연령은 65세까지 확대됐으며 할인율은 100%로 늘었다. 철도나 항공에도 무임수송 손실에 정부 지원이 들어가며,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나라가 교통시스템에는 국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역 간의 형평성 문제와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요금 체계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이를테면 3~5년에 1세씩 혜택 적용 연령대를 70세까지 올려가거나, 이용요금 할인율을 100%에서 50%수준으로 낮추는 등의 방법이다. 출퇴근시간 등 혼잡한 시간의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도 있다.

이 밖에도 교통공사 등에서는 승차횟수를 제한해 최소한의 이동성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제한하거나 다기능 경로우대증 발급을 통해 전국에서 교통 및 각종 복지서비스를 제공받고 일정 금액을 부담하게 하는 방안 등을 내놓고 있다.


# 대한노인회 '혜택축소' 결의했지만…60대들 "누구 마음대로 밀어붙이나"

- 복지 후퇴 세대갈등 비화될 수도

7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산동역에서 만난 김모(67) 씨는 "대한노인회에서 무료 승차 혜택을 반납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누구 마음대로 그런 걸 추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함께 있던 박모(62) 씨 역시 반응은 비슷했다. 박 씨는 "안 그래도 없는 노인네들한테 빼앗아 가야겠냐"며 언성을 높였다. 노인 연령 상향은 대한노인회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역시 상당수 노인의 반발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노후희망유니온 등 관련 단체 회원들이 '노인복지 후퇴하는 대한노인회의 노인연령 70세 공론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노인 무임승차는 당분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문제를 넘어 세대 갈등으로도 비화할 가능성도 커다.

지난 2012년 대선 직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노인 무임승차 폐지 청원 글이 올라왔다.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보수 세력을 지지한 노인층을 겨냥한 일부 젊은 세대의 운동이었다. 청원 글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한차례 논란으로 마무리됐지만 이후에도 이 문제는 노인과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을 촉발하기도 했다.


# 노인 교통복지 해외 사례

- 덴마크 50% 할인하되 시간제한…룩셈부르크 저소득층만 무료
- 파리는 지역 따라 20~80% 감면…지원분 대부분은 국가보조금

많은 국가에서 노인 교통 복지제도를 마련해 놓았지만 무료 이용은 흔치 않다. 할인을 적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이고, 특정 시간대나 '실버패스' 등을 활용한다. 또 이에 대한 지원분은 대부분 국가보조금으로 교통편 운영자에게 보상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급격히 증가하는 노인 인구와 전반적으로 복지 세출이 감소하는 영향으로 할인 폭은 조정되는 추세다.

덴마크는 철도 및 버스 이용 때 65세 이상의 노인은 요금의 50%정도를 할인받지만 이용시간에 제한이 있다. 네덜란드는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노인전용패스를 제공한다. 패스 소지자는 국가노선버스, 지방노선버스, 철도 등 교통 수단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할인율을 적용받지만 무료 승차는 없다.

프랑스 파리는 지역에 따라 요금의 20~80%를 감면받는데, 재정 문제로 지난 2012년 11월부터는 일정 소득 이상의 노인은 일정금액을 부담하도록 바뀌었다. 독일은 60세 이상의 노인에게 버스 할인 혜택을, 65세 이상 노인에게 철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벨기에 또한 노인은 50% 할인을 적용받고, 룩셈부르크는 저소득층 노인에게만 무료 승차 혜택이 제공된다.

미국 역시 주(洲)마다 할인율은 다르지만 노인임을 증명하면 교통 요금 감면 혜택이 있다. 복지 제도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캐나다 역시 주마다 다르지만 요금 감면이 기본이며, 저렴한 가격에 실버패스를 판매하기도 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1972년부터 고령자의 사회 참여와 삶의 보람을 위해 요금을 할인해줬으나, 고령자 인구가 늘어나자 이용액에 따른 일부 부담을 시행하고 있다. 오사카는 2013년부터 경로 패스 발급에 일정 금액을 부담케 했고 도쿄와 교토 역시 소득에 따라 자기부담금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공동기획 : 공동기획 : 부산시·부산경찰청·부산교통공사·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