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1천500여명 이상과 직·간접으로 접촉한 것으로 의심되는 35번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는 의심 환자 상태에서 사람이 밀집한 지하 강당을 비롯해 격리 전까지 이틀간 여러 곳을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지역 한 대형병원 의사인 35번 환자 A씨는 지난달 27일 14번 환자와 접촉했다. 이틀 후인 29일 가벼운 감기 기침 증상을 보였고, 하루가지난 30일에는 미열이 나타났다.
토요일인 30일 A씨는 오전 9시∼낮 12시 서울 강남의 한 대형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국제 의학심포지엄에 참석했다. 500석 규모인 이 병원 대강당은 지하공간인 데다 좌석 간격이 좁다. 이후에는 귀가해 오후 6시까지 집에 머물렀다.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은 가족과 함께 대형쇼핑상가인 가든파이브의 한 음식점에서 외식했다. 이어 오후 7시부터는 강남구 양재동의 L타워에서 열린 재건축조합총회에 참석했다. 서울시가 파악한 바로는 총회 참석 인원은 1천565명이었다.
일요일인 31일이 되자 A씨는 고열과 기침, 가래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그는 전날에 이어 오전 9시 열린 의학심포지엄에 참석했다가 결국 몸 상태가좋지 않아 귀가했다.
같은 날 낮 12시께는 강남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패스트푸드점은 A씨가 방문한 31일 이후 지금까지 나흘간 영업을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그날 오후 9시40분 병원에 격리됐고, 하루가 지난 이달 1일 35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는 조합 총회에 참석한 1천565명의 명단을 확보, 이날 중 연락을 취해 자발적 자택 격리를 요청하는 등 지역사회 감염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언론보도를 통해 A씨의 행적이 알려지자 지난달 30일 재건축조합 총회장을 출입한 조합원이나 인근 상인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재건축단지 내 슈퍼마켓 주인은 "재건축 조합원은 말 그대로 집주인이어서여기 사는 사람뿐 아니라 서울 전역에 퍼져 있다"며 "그 사람들이 그날 한자리에 모였다가 서울 전역으로 퍼졌을 것을 생각하니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슈퍼마켓 종업원은 이날 서울시 발표 후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면서 "그날 조합에서 생수를 주문해 총회장까지 물 배달을 갔다 왔는데 큰일이다"라며 불안해했다.
인터넷상의 조합 카페에도 감염을 걱정하는 조합원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총회참석자는 긴급히 격리하고 발열이나 기침 증상이 발생하면 보건소에 연락하라"는 내용의 공지도 올라왔다.
해당 재건축조합 사무실은 불이 모두 꺼지고 문이 굳게 잠긴 상태였으며 안에는사람이 없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서울시에서 다 알아서 한다는데 조합에서 뭐라고 이야기하겠나"라면서 "미친 사람이 그 자리에 참석해서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아프다"라며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뉴스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