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 입구에 설치된 메르스 의심환자 격리센터 앞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아이를 안고 어린이병동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부산 의심환자 입원' 괴담
- SNS 타고 급격하게 유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초중고교는 수학여행을 취소하고 중국과 대만 관광객이 한국 방문을 무더기로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여기에다 아직 환자가 나오지 않은 부산에서도 SNS 상 메르스 괴담이 퍼지는 등 메르스 파문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메르스 '불똥'은 수학여행으로도 튀었다. 2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6, 7월 수학여행을 계획 중인 학교는 모두 41개교로, 이 중 외국행을 계획하고 있는 학교는 3개교다. 시교육청은 '단체활동 자제 지침'에 따라 외국 수학여행을 계획한 학교에 연락해 자제시키고, 국내 여행이라도 서울 경기 등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역으로는 가지 말 것을 권고했다. 41개교 중 25개교의 수학여행지가 에버랜드(경기)여서 상당수 학교가 수학여행 자체를 포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에서도 경기지역 수학여행을 계획한 5개 학교가 여행을 포기했다. 또 경기도 첫 사망자 치료병원의 소재지 인근 초등학교 2곳이 이날 휴업을 결정하는 등 병원 인근 초등학교 22곳이 휴업을 검토 중이다. 같은 지역 사립유치원 7곳도 휴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4일부터 11일까지 패키지여행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할 예정이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300여 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대만 관광객 500여 명도 한국여행을 포기했다. 한국관광공사 집계 결과 중국계 외국인 2500여 명이 우리나라 방문을 취소했다. 중국전담 여행사 A사 관계자는 "한 달 평균 유커 50만 명이 우리나라를 찾는다고 봤을 때 메르스 여파로 15%만 예약을 취소해도 6월 한 달 동안 한국 방문을 포기하는 유커는 7만여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내 환자가 늘어날 경우 취소 사례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한 괴담도 확산되고 있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 메르스 의심환자가 들어왔다는 괴담은 지난 1일부터 돌기 시작했다. 괴담에는 'A 병원의 출입을 자제해 달라. 지금 본관 5층 통제 중이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괴담은 경남의 한 병원으로 이름만 바꿔 재생산돼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A 병원은 괴담 유포자를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A 병원 관계자는 "아직 환자 이탈은 없으나 괴담 확인전화가 폭증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사에 착수한 사상경찰서 관계자는 "유포자에게 영업방해나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김기천 건강체육국장은 "현재 부산에는 메르스 환자도, 의심 환자도 없다"며 "격리 병상을 추가하고, 관련 기관 회의를 통해 대응 매뉴얼을 숙지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