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 1차선으로 달리는 BRT
- 불법주차·우회전 따른 체증 해소
- 내성~올림픽교차로 오늘 착공

- 역과 180m씩 떨어진 정류장
- 위치·숫자 합리적으로 조정키로
- 市 "버스 점유공간 30%로 확대"

부산 대중교통의 효율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사진1)이 있다. 왼쪽 3차로 중 버스전용차로를 승용차가 완전히 장악했다. 몇 안 되는 버스 사이에도 여지없이 승용차가 끼어 있다. 버스전용차로의 '주인'인 버스는 앞뒤로 승용차에 꽉 막혀 답답한 흐름을 보인다. 이런 탓에 부산시내 도로에서 버스의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30.4㎞에 그쳐 승용차(39.6㎞)보다 훨씬 느리다. 반대편인 오른쪽 버스전용차로에선 버스 한 대가 급하게 2차로로 꺾어 들어온다. 버스 진행 방향 앞쪽이 텅 비었는데도 갓길에 불법 주차한 승용차에 막혀 직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시내 버스전용차로(12개 노선, 36개 구간, 87.12㎞)의 점선(65.7%)이 실선(34.3%) 구간보다 배 가까이 많아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점선 구간을 이용해 이면도로로 진·출입하는 차량과 불법 주·정차하는 차량이 뒤섞여 부산의 버스전용차로가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현재 도로 체계에서 버스와 도시철도 간 환승은 편리하게 이뤄질까. 동래구 안락교차로(사진2)를 보자. 버스전용차로 내 노선별 버스정류장이 차량 혼잡을 줄이기 위해 곳곳에 흩어져 있다. 게다가 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 출입구와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도 직선거리가 180m나 된다. '뚜벅이족'이 환승을 손쉽게 할 수 없는 구조다. 초행길 대중교통 이용객은 노선 방향별 정류소를 찾기도 쉽지 않다.

■'땅 위의 지하철'로 해법 찾기

이처럼 열악한 부산의 대중교통 환경을 개선할 대안으로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주목받고 있다. 중앙버스전용차로를 기본으로 하는 BRT는 버스의 정시성과 신속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땅 위의 지하철'로 불린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1일부터 부산 최초의 BRT인 동래구 내성교차로~해운대구 올림픽교차로 7.4㎞ 구간 공사에 착공한다.

BRT 중앙버스전용차로에는 365일 24시간 내내 버스만 달린다. 우회전하는 승용차가 점선 구간에 끼어드는 기존 갓길 전용차로와는 차원이 다르다. BRT 구간에선 좌회전하는 차량도 전용차로 오른쪽인 2차로에서 대기하다가 버스가 없을 때 신호를 받아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다 버스 우선신호가 적용돼 대중교통 통행속도가 빨라진다. 시는 중장기 과제로 굴절버스 2층 버스 전기차 등 BRT 전용 차량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BRT 구간에선 현재 곳곳에 분산된 버스정류장도 대폭 통합돼 '급행'의 취지를 살린다. 예를 들어 내성교차로~올림픽교차로의 버스정류장은 현재 57곳에서 36곳으로 줄어든다. 버스정류장이 합리적으로 조정되면서 대중교통 환승도 편리해진다. 이렇게 되면 버스전용차로에서 버스가 주인의 자리를 되찾아 대중교통 수송분담률도 높아질 것으로 시는 예측한다.

■도심 BRT 그물망 완성해야

시가 구상 중인 BRT는 도시 내와 광역권을 합쳐 7개 축 88.7㎞에 달한다. 1차 사업인 내성교차로~해운대구 송정삼거리(14.5㎞) 구간은 국비 지원이 확정돼 2017년 준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2차 사업인 ▷내성교차로~부산진구 서면교차로(5.9㎞) ▷서면교차로~서구 충무교차로(8.6㎞) ▷서면교차로~사상구 서부버스터미널 앞(7.4㎞) 구간은 2016년 말 결정되는 '국가 BRT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1, 2차 BRT 구축에 드는 사업비는 모두 1100억 원이다.

시는 이 밖에도 1, 2차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남구 문현교차로~수영구 수영교차로(6.8㎞) ▷사하구 하단교차로~서구 대티터널 입구(6.8㎞) 구간을 3차 사업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역시 국가계획에는 아직 반영돼 있지 않다. 같은 3차 사업인 ▷하단교차로~경남 진해 용원삼거리(15.9㎞) ▷내성교차로~경남 양산 용암마을(26.3㎞) 구간 광역 BRT는 이미 국가계획으로 지정돼 있다.

BRT 그물망을 완성하려면 정부 방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대중교통 정책 방향은 '도시철도 건설'에서 'BRT 확대'로 전격 전환하고 있다. 도시철도에 견줘 10분의 1가량밖에 안 되는 비용으로 정시성과 신속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BRT의 매력 때문이다. 시가 제대로 된 근거를 가지고 정부를 설득한다면 예산을 확보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는 2단계 중 당장 급한 내성교차로~서면교차로(사업비 180억 원) 구간은 전액 시비를 투입해서라도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BRT에 상당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시 이상진 버스행정팀장은 "생태교통과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BRT 만한 대안은 없다"며 "현재 10% 미만인 시내 도로의 버스 점유 공간을 30% 이상으로 늘려 승용차 이용을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하철과 노선 겹침 95%인 서울BRT, 대중교통 수송률 66%로 더 끌어올려"

- 市 '제 살 깎기' 우려 반박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기존 도시철도 노선과의 중복 문제다. 부산시가 계획 중인 BRT 가운데 2단계 구간인 ▷동래구 내성교차로~부산진구 서면교차로(5.9㎞) ▷서면교차로~서구 충무교차로(8.6㎞) ▷서면교차로~사상구 서부버스터미널 앞(7.4㎞) 구간은 거의 100% 도시철도 노선과 겹친다. BRT는 차량 통행량이 많은 편도 3차로 이상 간선도로에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논란의 핵심은 BRT가 과연 승용차 수요를 억제하고 버스 이용률을 높일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도시철도 승객만 흡수해 대중교통끼리 '제 살 깎기'식 경쟁을 벌일 것인지 하는 데 있다. 이런 우려는 시 자체 확대간부회의와 시의회 공기업특별위원회(본지 지난 3월 3일 자 1·3면, 3월 12일 자 3면 보도)에서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BRT와 도시철도를 경쟁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로 만드는 데 사업의 성패가 달렸다. 시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미 BRT와 도시철도는 보완 관계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시가 예로 드는 건 서울시의 사례다. 서울은 이미 12개 축, 117㎞에 달하는 BRT(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운영한다. 서울 역시 전체 BRT 구간 중 95%가량이 도시철도 노선과 중복된다. 그럼에도 서울은 BRT를 본격적으로 가동한 이후 승용차 수요가 크게 줄고 대중교통 이용률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한다. 지난해 기준 서울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66%로, 부산 42.4%보다 훨씬 높다.

시는 부산의 지형적 특성도 BRT와 도시철도가 동시에 운영돼야 하는 이유로 내세운다. 부산의 인구 1000명당 도시철도 연장은 37.2m로 '놀랍게도' 전국 1위다. 서울 32.2m, 대구 22.9m, 광주 13.9m, 대전 13.4m를 앞선다. 반면 부산의 도시철도 수송분담률은 17.5%로 서울(38.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부산은 고지대에 형성된 주거지가 많다 보니 버스와 제대로 연계하지 않고는 도시철도 이용률을 높일 수 없고, 도시철도만으로는 주요 간선도로의 자가용 통행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이와 함께 정류소 간격이 버스는 300m, 도시철도는 900~1500m여서, 도시철도 역세권 외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고 교통약자들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도 BRT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부산시 박진옥 대중교통과장은 "시내버스의 비효율 노선을 개선하고 대중교통 소외지역 노선을 계속 보완해 BRT와 도시철도가 대중교통 활성화에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 공동기획 : 부산시·부산경찰청·부산교통공사·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