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경남 통영지역 학부모들이 통영시의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서로 팔장을 낀 채 차단벽을 만들어 시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막고 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통영시의회는 학부모 반대 불구
- 예산안 통과시켜 시민단체 농성

경남 사천시의회와 거창군의회가 경남도와 도내 시·군들이 학교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대신 시행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사천시의회는 지난 21일 제188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서민자녀 교육지원 예산 12억300만 원을 삭감했다고 22일 밝혔다. 무상급식 지원을 주장하는 학부모들의 입장을 반영한 조처다.

사천시의 서민자녀 교육지원 예산은 도비를 포함해 26억 원이며, 이 사업은 도비와 시비를 6 대 4의 비율로 편성해 시행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시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도비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다.

이번 시비 삭감과 관련해 사천시는 경남도의 협조가 필요한 사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항공국가산단과 항공정비산업 등 경남도의 도움이 필요한 사업이 많은데 홍준표 경남지사의 역점사업에 반기를 든 형국이 됐다"며 "재정자립도가 14%에 불과한 사천시가 경남도의 도움 없이 앞으로 남은 일들을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거창군의회도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의 군 예산 13억2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거창군의 이 사업 예산은 도비 13억200만 원을 포함해 총 26억400만 원이다.

군의회 본회의에는 학부모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이 철회되고, 이 예산이 무상급식 지원에 되돌려지길 기대했으나 군 예산만 삭감된 채 도 예산은 그대로 남은 데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한편 이날 오전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통영운동본부 회원 30여 명은 서민자녀 교육지원 예산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통영시의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서로 팔짱을 끼고 차단벽을 만들어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무상급식 지원 재원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경찰 30여 명이 투입돼 해산을 시도했지만 학부모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2시간 동안 대치하다 학부모들의 본회의 방청에 합의하면서 제 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1시40분께 본회의가 열렸다. 시민의 저지로 개회가 지연된 것은 통영시의회 개원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결국 본회의에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과 관련한 통영시 예산 17억 5100만 원은 통과됐다. 예산이 통과되자 학부모들은 시장실 앞으로 몰려가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