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료의원·공무원에 설선물
- 1000만원이나 쓴 의원들도

출범한 지 20년이 넘은 기초의회의 의장단에 제공되는 업무추진비가 '쌈짓돈'처럼 제멋대로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기초의원은 가족 등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몰아주기'를 하거나 동료 의원 선물 구입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본지 취재진이 18일 부산지역 16개 구·군 의회 의장단 79명의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9개월간 업무추진비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살펴본 결과 드러났다. 구·군의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은 업무추진비 대부분을 식대로 사용했고 일부 의원은 자신이 실소유주인 식당에서 상습적으로 결제하는 몰염치를 보였다. 한 기초의회 의원들은 1000만 원 넘는 돈을 동료 의원과 직원 명절 선물값으로 쓰기도 했다.

동래구의회 부의장은 지난해 7월~올 3월 14차례에 걸쳐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480만9000원을 사용했다. 이는 자신이 같은 기간 사용한 금액의 절반을 넘는다. 사상구의회 운영위원장도 같은 기간 14차례에 걸쳐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304만2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자신이 사용한 업무추진비의 36%에 달하는 금액이다.

북구의회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의장단 5명은 지난 추석과 설에 동료 의원과 공무원들에게 명절선물을 돌리느라 1000만 원이 넘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이들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의원·사무국 직원 추석맞이 격려품 구매에 업무추진비 544만4500원을 썼고 올 설에도 548만5400원을 사용했다.

기초의원의 업무추진비 사용 목적은 대부분 간담회였고 사용처는 식당, 사용 대상은 동료 의원 및 직원이었다. 식당에서 동료 의원 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 형식을 빌려 업무추진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동구의회 의장이 지난해 7월~올 4월 20일 120차례에 걸쳐 사용한 업무추진비 1593만600원은 모두 식당에서 쓰였다. 이 중 106차례에 걸쳐 1347만1600원을 동료의원 및 직원과 사용했다. 이는 다른 기초의회 의장단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국민권익위원회 표준안에 따르면 혈세로 충당되는 의회 업무추진비는 의정활동과 무관한 개인 용도의 사용이 금지돼 있다. 문제는 이같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해도 탈·위법 여부를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권익위 부패방지국 관계자는 "업무추진비로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하고 동료 의원들의 선물을 산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충분하다"며 "하지만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어 관련 규정의 보완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초의회의 업무추진비 규모(월 기준)는 의장 200만 원, 부의장 120만 원, 상임위원장 90만 원가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