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8일 오전 부산 서구 암남동주민센터 맞은편의 보행자·자전거겸용 도로를 시민이 걷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 폭 좁고 장애물 등 지침 어긋나
수억 원의 혈세를 들여 '자격 미달'의 자전거길을 만든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18일 오전 부산 서구 암남동주민센터 맞은편 도로. 평행한 두 줄의 파란 페인트 선이 기존 보도블록 위에 칠해졌다. 이는 지난달 말 서구가 준공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2차 구간이다.
구는 8억5400만 원가량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해부터 감천 제1교~고신대학교 복음병원~송도 탑스빌 아파트를 지나는 길이 1.5㎞(1차 640m·2차820m)가량의 겸용도로를 조성했다. 이는 행정자치부가 조성하는 '국가 자전거 도로'에 속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이 겸용도로에는 문제점이 수두룩하다. 지난달 말 준공한 2차 구간은 단순히 기존 인도의 보도블록 위에 페인트 두 줄만 그어 만들어 조잡한 데다 보도 경계석에 막혀 자전거에서 내려야만 지날 수 있는 곳도 두 군데다. 이 구간의 보도블록을 교체할 때엔 수천만 원의 예산을 추가로 들여 새로 자전거길을 칠해야 한다.
'겸용'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전체 구간의 도로 폭도 좁았다. 겸용도로의 폭으로 규정된 3m에 못 미치는 구간이 많고, 가로수나 한전 변압시설 등 장애물이 있는 곳에선 도로 폭이 훨씬 줄었다. 사업 추진 당시 구는 한전과 협의해 변압시설을 옮기고 부족한 도로 공간을 확보하려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업비 가운데 한전 시설물 이전 비용이던 2억5400만 원가량은 불용 예산으로 남았다.
이처럼 좁은 도로 폭은 행자부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정비 지침'에도 어긋난다. 지침은 보행자가 많거나 장애물로 인해 안전한 겸용이 어려운 자전거도로는 폐지하도록 권고한다.
겸용도로에 대한 주민의 반응은 차갑다. 신모(여·48·서구 암남동) 씨는 "인근에 아파트·빌라가 많아 이 도로는 보행자가 많다"며 "이 좁은 길 위에 자전거길을 보탠 것도 황당하고, 동네 미관을 해칠 만큼 조잡하게 만들어져 불쾌하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국가 시책에 따라 조성하는 자전거길이 서구에서 끊기게 할 수는 없었다"며 "주민과 자전거이용객의 편의를 함께 보장할 방법을 찾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