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부산 도시철도 환승역인 수영역과 110m가량 떨어진 시내버스 정류소에서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상당수 100m이상 떨어져 외면
- "오래 걸려도 버스 한번 타고 말지"
- 부산 환승률 10%…서울은 40%

- 市, 대중교통 이용 유도 위해
- 정류장 100곳, 역 근처로 옮기고
- 200곳 명칭은 역명과 통일키로

부산 남구 대연동에 직장이 있는 이수진(여·35) 씨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연제구 거제동 아시아드경기장 인근에 있는 자택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도시철도 2호선을 타고 서면역에서 내린 후 54번 버스를 타는 것이다. 그렇지만 버스정류장과 도시철도역 거리가 너무 멀어 10분을 걸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이 씨는 배차간격이 15~20분에 달하지만 한 번에 갈 수 있는 83-1번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이 씨는 "환승 시간이 절반으로만 줄어도 도시철도와 버스를 함께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생태교통도시가 되려면 대중교통 활성화가 핵심이다. 하지만 부산 대중교통은 도시철도와 시내버스 환승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시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시내버스와 도시철도의 환승 비율이 10% 수준이다. 환승률을 올리면 그만큼 대중교통 이용자가 늘 수 있다.

■시내버스-도시철도 환승률 10%

17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3월 하루평균 시내버스→도시철도 환승률은 10.6%에 그쳤다. 같은 기간 도시철도를 이용한 승객이 7913만3435명이었으나 이 중 838만1631명만이 버스에서 도시철도로 갈아탔다.

그 반대 환승률도 비슷하다. 서울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환승률이 40%대인 점을 고려하면 아주 낮다.

부산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환승 시스템 대수술에 나서기로 했다. 환승 요금제를 폐지하고 버스정류장과 도시철도역 출입구 간 거리는 5~10m로 줄인다. 도시철도역 근처 버스정류장 명칭도 도시철도역과 통일한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지난 3월 10일~지난달 말 부산버스운송조합·부산교통공사와 도시철도 1·2·3·4호선 107개 역과 연결되는 버스정류장 508곳에 대한 합동 실사를 벌였다. 도시철도역과 버스정류장이 멀리 떨어져 시민이 환승을 꺼리는 곳은 도시철도 4호선 명장역~명장조양맨션 정류장(160m), 도시철도 2·3호선 수영역~수영교차로 정류장(110m) 등 부산 곳곳에 널려 있다. 부산시는 정류장 약 100곳은 도시철도 근처로 자리를 옮기고, 약 200곳은 명칭을 바꿀 예정이다.

■환승 편해야 대중교통 이용 는다

부산시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준공영제 시행 1년 전인 2006년 39%에서 시행 1년이 지난 2008년 41.1%로 늘어난 이후 6년간 2%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산시가 환승 시스템 개혁에 나선 이유는 대중교통 수송분담률 60% 달성의 열쇠가 환승 편의를 높이는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역점 시책으로 내건 반면 적자 폭을 줄인다는 이유로 시내버스 대수는 늘리지 않을 방침이다. 부산시는 시내버스 장거리 노선을 중·단거리 노선으로 대폭 교체해 배차 간격을 줄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갈아타야 할 횟수도 지금보다 늘어난다. 시 관계자는 "환승 편의를 높이면 시내버스 노선 개편에 따른 시민 혼란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한 대중교통에도 힘 쏟아야

시내버스·도시철도는 승용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현재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43%인데 반해 사고 비율은 3% 안팎이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지역에서 교통사고 1만2969건이 발생해 1만8423명이 다치고 185명이 숨졌다. 이중 시내버스 교통사고는 411건 발생해 653명이 부상하고 5명이 사망했다. 도시철도 사고 사망·부상자는 선로에 투신(1명 사망, 3명 부상)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시내버스 교통사고가 도시철도보다 많은 것은 승용차와 같이 지상을 다니는 이유가 크지만 버스 운전자의 난폭운전도 한몫한다.

대중교통 사고는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발생하면 대형 참사를 초래한다. 부산시와 교통공사는 오래된 전동차를 교체할 생각은 있지만 천문학적인 예산 때문에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 시민에게 사랑받는 대중교통이 되려면 편리함과 함께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


# "대중교통 체계 수술…느리고 불편하다는 인식 확 바꿀 것"

■ 홍기호 부산시 교통국장

- "2017년 개통 동해남부선 전철
- 도시철도와 환승하게 만들 것"



# 급행·외곽·지선버스 촘촘히 연결해 대중교통 천국 만든 브라질 쿠리치바

외국 교통선진국은 다양한 교통수단 환승 기반을 갖춘 데다 수단 간 필요한 거리와 시간을 대폭 줄여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브라질 쿠리치바 시는 세계 각 도시의 교통체계 개편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쿠리치바 시는 중앙버스 전용차로를 운행하는 급행간선버스망(5개 축 60㎞)과 지선버스망, 20개의 무료환승 분산형 환승터미널을 통합한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확립했다. 시민은 요금을 한 번만 내면 무료로 버스를 갈아탈 수 있다. 급행버스가 다니는 5개 주요 도로는 별 모양으로 퍼져 있고, 환승터미널을 기점으로 주황색 지선버스가 순환한다. 외곽엔 녹색버스가 다닌다. 또 노인과 장애인·경찰·군인 등은 무료로, 저소득층 학생에게도 50% 요금 할인 혜택을 준다. 이 도시는 시내버스를 24시간 내내 운행해 '대중교통 천국'으로 불린다. 부산시가 도로 신설과 확장, 도시철도 건설에 매달릴 때 쿠리치바 시는 1970년대부터 기존의 도로공간을 활용해 대중교통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아브다브 아메리카역 환승센터는 지하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환승거리를 줄였다. 지하 3층엔 도시철도 4개 노선이 만나는 역이 있고 지하 2층엔 버스터미널이 있어 에스컬레이터만 타면 시내버스, 시외·고속버스로 바로 갈아탈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하다.

공동기획 : 공동기획 : 부산시·부산경찰청·부산교통공사·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