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MC 노조가 13일 부산시청 앞에서 지난 2월 발생한 화재로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부산시의 그린벨트 해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PSMC(옛 풍산마이크로텍)노조가 다시 거리로 나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PSMC지회는 13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부산시의 '반여동 첨단산업단지'가 추진되면, 그 자리에 공장이 있는 PSMC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사람을 위해 진행되지 않는 개발은 중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PSMC노조는 이날부터 시청 앞에서 노숙투쟁에 돌입했다.

PSMC 문제는 2011년 11월 7일, 사측이 현장 노동자 58명을 정리해고하면서 시작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사측이 2013년 복직소송에 참가한 정리해고자 48명을 부당해고했다고 판결했으며, 지난해 9월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을 확인했다. 사측은 이에 상고했지만, 대법에서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특정 사건이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심리를 진행하지 않는 제도)을 지난 2월 12일 내린 바 있다. 법원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지만, PSMC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2월 26일 PSMC의 도금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당시 공장 1개 동 건물을 불 태우고, 70여억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지난 3월 사측에서는 현장직 160명 중 70~80명에게 임금의 70%를 주는 유급휴직을 단행했다. 공장에 불이 났으니 장비를 돌릴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달았다. PSMC 노조는 곧 사측에서 공장을 다시 건립할 것으로 기대했다. 불이 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경찰은 여전히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한다.

우연한 일치인지 화재에 앞선 2월 11~13일 부산시는 반여동 22번지 일원에 '도시첨단산업단지(센텀 2지구) 조성 타당성 조사 용역' 입찰을 진행했다. 사측에서는 어차피 첨단산단이 건설되면 공장이 계속 존재할 수 없다며 다시 공장을 짓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PSMC 직원들은 복직할 수 있는 권리는 얻었지만, 돌아갈 곳은 사라지게 된 것이다.

PSMC노조 문영섭 지회장은 "우리는 화재 이후에 사측에서 내세우는 유급휴가 정책을 인력 감축의 다른 형태로 보고 있다"며 "4년 동안의 싸움에서 승리를 얻었지만, 결국 우리가 갈 곳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휴업 수당으로는 생계를 꾸릴 수 없어, 직원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PSMC 관계자는 "우리도 공장이 다시 돌아가면 좋겠지만, 건물과 땅의 소유주인 풍산의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