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국제시장'으로 불리는 카트만두 카멜시장의 중앙광장이 물건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민주 기자

- 폭동과 물가 폭등 우려한 정부
- 시장 상점들 문 열도록 강제해
- 노점상과 구매자들 뒤섞여 빽빽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혼란', '폭동과 불신이 만연한 1급 재난지역'.

외부 세계가 지진 강타 이후의 네팔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하지만 네팔의 많은 국민은 상처를 딛고 그저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오전 네팔 카트만두의 땅갈시장. 오토바이 경적과 흙먼지가 휘날리는 시장에는 70%가량의 가게가 문을 열었다. 점포 앞을 빽빽이 메우던 노점상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인근 주민들은 문을 연 가게에서 식자재 등 물건을 사고 있었다. 흥정과 가벼운 실랑이는 한국의 시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이날 기자와 동행한 네팔 현지민 두르가시(여·38) 씨는 "이틀 전부터 문을 열지 않는 가게에는 정부가 범칙금을 내게 했다. 지진 피해를 본 가게 말고는 대부분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지진의 여파로 시장이 폐쇄되고, 기본적인 유통구조가 무너지면 폭동이 만연할 수 있다는 게 네팔 정부의 판단이다. 물가 폭등은 없었다. 두르가시 씨는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 것도 있다. 1000원 하던 물건을 7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네팔 정부의 시책이다.

같은 날 오후 더르바르 광장 인근의 카멜시장. 히말라야를 방문한 외국인 대부분이 들르는 이곳은 '네팔의 국제시장'이라 불린다. 땅갈시장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그곳에 있었다. 시장 중앙의 광장으로 접어들자 거리를 가득 메운 노점상과 물건을 사는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카멜시장의 명물인 자전거 인력거 '릭사'는 그 소란의 틈바구니를 헤치며 빠른 속도로 사람과 물건을 실어날랐다.

중앙 광장에서 이어진 골목 곳곳에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이 눈에 띄었다. 골목을 벗어나 자리한 천막촌에서 현지인 비노드(44) 씨를 만났다. 붉게 충혈된 눈에 정리되지 않은 콧수염. '마운틴 가이드'로 일하던 비노드 씨의 집은 이번 지진에 무너졌다. 지진 이후 네팔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그는 일자리도 잃고 이곳으로 왔다. 천막촌에는 비슷한 사연을 지닌 네팔인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다.

그가 인파를 헤치고 안내한 골목에서 완전히 내려앉은 건물 한 채를 발견했다. 길을 덮은 건물의 잔해 위로 사람과 자전거가 오간다. 비노드 씨의 집이었던 곳이다. 그는 "이곳을 정리하고 싶지 않다. 이 지진이 남긴 상처를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진 이후 생활은 훨씬 어려워졌지만 비노드 씨는 네팔이 다시 일어설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는 "바깥에선 네팔을 지옥이라 말하지만, 우리는 치열하게 현실세계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을 떠나려는 기자에게 비노드 씨가 마지막으로 전했다. "바쩌네떠 바째누버리고니(산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입니다)."

네팔 카트만두=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