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도 허망한 것이 불꽃놀이다. 여기에 열광하는 건 현대 자본주의의 한 속성이다. 자본이 불꽃을 만들고 시민이 소비하는 구조를 지자체가 맹렬히 떠받치면서 화려한 허망함이 용인된다고나 할까.
부산시가 부산불꽃축제 유료화 카드를 빼들었다. 민감한 사안임에도 추진에 거침이 없다. 올가을 일반형 유료 좌석은 R석이 10만 원(1000석), S석이 7만 원(7000석)이다. APEC 누리마루 하우스엔 특급 요리와 공연이 따라붙는 100만 원짜리 로열석이 제공된다. 이렇게 되면 광안리 백사장의 요지 5863㎡(143×41m, 전체 면적의 7.1%)는 돈 있는 사람들의 차지가 된다.
시가 내세우는 건 불꽃축제의 관광상품화다. '돈 있는' 관광객들에게 불꽃축제를 팔아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외지인들의 관람권을 보장하고, 광안리의 바가지 요금 행위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의 유료화 사례에 비추면 우리라고 못할 건 없다.
하지만 시의 추진 방식은 한마디로 졸속이다. 135만 명(시 추산)이 운집하는 대형 축제의 운영 틀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데도 시의 배경 설명은 어쩐지 가볍다. 좌석 판매에 따른 예상 수입 7억3000만 원은 어디에 쓸 요량인가. 막연히 축제 콘텐츠 확충이라고 말해선 시민이 납득하지 못한다. 올해 불꽃축제 총예산은 24억4000만 원이다. 유료화를 꺼낸 이상 그동안 국·시비 및 협찬금의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 부산참여연대가 축제 집행수수료가 포함된 결산내역서를 요구했는데도 시가 미적거리는 건 무슨 이유인가.
시는 파일럿(시험) 모델도 없이, 단박에 1만 석을 유료 좌석으로 깔아 전격 추진하는 방식을 택했다. 모험이라면 무모하고, 분위기에 끌렸다면 위험하다. 한 차례의 공청회로 뚝딱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무료에서 유료로의 전환을 넘어 시정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문제다. 시민중심 시정이 우롱당할 지경이다.
예상한 좌석이 안 팔린다면? 유료화에 따른 교통대책은? 바가지 요금은 과연 줄어들까. 10만 원을 낸다면 전망 좋고 안락한 카페에 갈수 있고, 그렇다면 바가지 요금은 더 심해질 수도 있는데…. 줄줄이 의문이다.
좌석을 다 팔아 수입을 얻는다 해도 '돈 때문에' 시민들이 느낄 위화감이나 박탈감은 두고두고 시의 정책적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나저나 사유지도 아닌 광안리 백사장에 금을 그어 자릿세를 받는 것이 법적으로 온당한지도 의문이다. 시는 단체장 재량이라 말하지만, 누구나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시민들의 포괄적 행복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큰 반발 없이 넘어가는 분위기여서 시가 내심 안도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실은 침묵 모드가 더 무서운 법이다. 공공재인 축제로 돈 벌 요량이 아니라면, 시민적 화합과 통합이란 불꽃축제의 초심을 잊어선 안 된다. 유료화는 결과일 뿐이지만, 시민들의 삶은 오늘도 내일도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