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부산시청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 자가용 이용 계속 증가세
- 수송분담률 32%로 가장 높아

- 市, 정체·온실가스 줄이려
- 남구~태종대 21㎞ 노면전차와
- 전기차 대중교통 등 추진
- 막대한 사업비가 걸림돌로

부산의 교통을 생각해본다. 매연을 내뿜은 차량, 차량 정체, 어지럽게 뻗은 길…. 비단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어디든지 사람이 몰리는 대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친환경 교통수단 확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트램(노면전차), 자전거, 전기자동차, 천연가스버스, 대중교통, 걷기 활성화 등을 들 수 있다. 부산시도 최근 이에 눈을 뜨고 대중교통 활성화, 트램 도입, 전기자동차 확산 등 다양한 친환경 교통수단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친환경 교통은 돈이다

친환경 교통수단의 활성화는 경제적 이익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세계 대도시는 천문학적인 교통혼잡비용을 치르고 있다. 미국의 교통혼잡 비용은 2001년 982억 달러(109조6403억 원)에서 2010년 1200억 달러(133조98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의 교통혼잡비용은 2001년 12조3212억 원에서 2010년 18조729억 원으로 늘어났으며, 올해 우리나라 국방비 31조 원보다 많은 33조4000억 원(GDP의 2.16%)이 될 것으로 한국교통연구원은 추정했다. 부산만 4조618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는 이 같은 혼잡비용을 줄이고자 승용차 운행 억제와 대중교통 활성화을 추진하고 있다. 트램과 전기차 확대가 핵심이다.

특히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트램의 도입이다. 부산시는 북항을 중심으로 남구 경성대·부경대에서 영도구 태종대 입구에 이르는 21㎞ 구간에 트램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526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도심 교통 해소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관광 인프라 확충에 이바지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하지만 막대한 사업비가 걸림돌이다. 기존 차량 도로를 없애고 트램을 설치하는 만큼 승용차 운전자의 반발도 예상된다.

부산시는 올해 전기차 100대를 도입한다. 최근 민간 기업 등을 대상으로 사업 신청을 받은 결과 경쟁률이 3대 1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의 준비는 미흡하다. 쾌속 충전소가 부족해 충전할 때 불편하다.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유통되지 않은 이유다.

시는 시내버스에 전기차를 도입하려고 하지만 예산 등 문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을 전축 최초로 시도하지만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도시에서의 수송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도시 대기오염의 70~90%가 도로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무동력·전기차량의 운행은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부산발전연구원 이원규 선임연구위원은 "친환경 교통수단이 확산하면 온실가스 배출권을 살 필요가 없어, 경제적으로 적잖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교통 후진도시 부산

경남 창원시는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30만t 감축을 목표로 하는 '환경수도 창원 프로젝트'를 2006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2011년에는 '생태교통 창원총회&세계자전거축전'을 유치하기도 했다. 경기 수원시 역시 친환경 교통수단 분야에서 발 빠르다. 수원시는 2013년 9월 이클레이(ICLEI·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세계 지방정부), UN 인간주거계획과 함께 '수원 생태교통 총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인간 중심적 교통'에 '올인'한 모양새다. 서울은 2012~2031년 '사람' '공유' '환경'을 접목해 ▷승용차 통행량 30% 감축 ▷대중교통 평균 통근시간 30% 감축 ▷녹색교통수단 이용면적비율 30%라는 '교통 비전'을 발표했다.

하지만 부산은 여전히 친환경 교통 분야에서 취약하다. 부산에서는 자가용 승용차의 수송 분담률이 가장 높다. 부산시의 지난해 승객 통행량 조사를 보면 승용차 216만1000 통행으로 32.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시내버스 21.1%(142만2000 통행), 도시철도 17.2%(115만7000 통행), 택시 12.8%(86만4000 통행), 승합차 9.4%(63만1000 통행), 마을버스 3.8%(25만3000 통행), 이륜차·자전거 3.3%(22만4000 통행) 순이다. 자전거와 도시철도 등 친환경 교통수단의 비중이 소폭 늘었지만 승용차의 수송 분담률도 덩달아 증가해 기이한 구조다.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 박찬일 이사장은 "출퇴근 시간 등에 나홀로 차량이 많아서 승용차의 수송분담률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것 같다"며 "운행되는 자가용 중 나홀로 차량이 80%에 육박하는데, 대중교통으로 승객을 이끄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생태 선진국 대중교통 되살린 비결은 거미줄처럼 이은 트램과 자전거 타기

해외 교통 선진국에서는 이미 친환경 교통이 자리 잡거나, 인프라가 구축된 경우도 많다.

일본 도야마시는 대중교통의 재활성화, 대중교통 노선이 있는 지역으로 주민을 옮기는 정책을 시행했다. 도야마 역을 중심으로 센트램(도아먀시에서 운영하는 노면전철)을 도입했다. 여기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 공유 시스템을 도입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콤팩트 도시 정책'에서 선진도시 중 하나로 선정됐다.

호주 멜버른은 트램(사진)의 천국이다. 트램은 멜버른 시내와 외곽을 잇는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며, 멜버른 시내 곳곳을 연결하는 모세혈관 역할을 한다. 멜버른에서 거주 중인 현유진(여·32) 씨는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매연도 없고 집 앞까지 갈 수 있어 편리하다"며 트램의 장점을 설명했다. 지난 2010년 멜버른에 도입된 자전거 공유 시스템은 정보기술(IT)과 결합했다. 시민들은 휴대전화 앱으로 가까운 자전거 거치소를 찾아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콜롬비아 보고타시는 브라질 쿠리치바의 교통시스템을 벤치마킹해 '트랜스 밀레니오 시스템'을 구축했다. 내년까지 총연장 388㎞를 4단계로 나눠 건설할 예정이다. 도시인구의 85%가 '트랜스 밀레니오'를 이용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트랜스 밀레니오'는 지하철이나 경전철보다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최대 수송인원이 160명에 달하는 굴절버스는 최대 2차로의 전용차선이 확보돼 있다. 통제센터에서는 GPS 등을 활용해 배차 간격을 조정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한다.


# "부산 생태교통 첫 단추는 간선급행버스"

■ 이원규 부발연 연구위원

"'생태교통'은 인간 중심적인 교통환경을 뜻합니다."

부산발전연구원 이원규(사진)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 생태교통이 자리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사람들의 인식전환'이라고 꼬집었다. 생태교통은 친환경 교통보다 큰 개념이다.

사실 생태교통의 중요성은 일반인 스스로 깨닫기는 어렵다. 생태교통이 활성화되면 온실가스 배출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말해봤자 이는 일반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인식이 먼저 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학교 수업을 통해 생태교통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부모들이 먼저 '걷기' 등의 생태교통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 연구위원은 부발연 BDI 포커스 '도시교통의 미래, 에코모빌리티(생태교통)' 통해 부산에 생태교통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부산의 생태교통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정책은 뭘까.

그는 "BRT(간선급행버스)를 도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도시철도는 1㎞를 연장하는 데 1500억 원이 들어가지만, BRT는 25억 원 정도로 건설 비용이 적다"며 "일단 BRT가 완성되면, 그 위로 도시철도 고가레일 등을 만들기도 쉽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자체의 정책적인 뒷받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부산시의회가 제정한 '부산광역시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조례' 등은 생태교통과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조례에 따라 꾸준히 부산의 교통을 관리하면서 점차 '인간 중심'의 교통을 지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동기획 : 공동기획 : 부산시·부산경찰청·부산교통공사·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