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과학대 김영도(가운데) 총장이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학교 앞 식당에서 삽겹살 파티를 열며 학생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울산에서 통학하는데 학교로 올 때는 통학버스가 있지만 집으로 갈 때는 없어요. 하교 시간에도 통학버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전기과1 안성배)

"교실 안으로 담배 연기가 들어와요.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신소재2 최경인)

동의과학대 김영도 총장이 삼겹살 파티를 연 지난달 30일 오후 6시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학교 앞 식당은 100여 명의 학생으로 꽉 찼다. 삼겹살집에서 고기를 먹으며 진행하는 '총장과 재학생과의 대화' 자리다. 행사 명칭도 '총장님이 쏜다'다. 이전까지 학내 회의실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하던 재학생과의 대화를 2013년부터는 학교 앞 식당으로 옮겨 가졌다. 대학 주변 상가의 발전도 도모하는 것이 좋겠다는 학생회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학교 앞 식당에서 행사를 열면서 횟수는 연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비용도 업무추진비가 아닌 김 총장 사비로 충당했다.

이번 행사에는 400명이 넘는 학생이 참가를 신청했다. 학생회에서 미리 거르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 각자의 사연을 올려 참가 학생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총장과의 삼겹살 파티를 위해 4 대 1의 경쟁을 뚫고 참석한 학생들은 이날 "정수기가 고장 났다" "정독실에 히터를 고쳐달라" 등 여러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최근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과 관련해 총장의 의견을 묻는 학생(유아교육과2 이경연)도 있었다. 김 총장은 "동의학원 설립자의 교육철학이 '사랑하며 살아가고 도리를 아는 인재를 키우자'는 것이다. 아동 학대는 그런 도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일이다. 설립자의 교육철학에 맞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유치원 교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답변했다.

'성공하는 습관을 가져라' '주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독서 명상 적선(積善)을 많이 하라' 등 조언을 남긴 김 총장은 "'집 떠나 기숙사에 있어서 배가 고파요. 밥 좀 사주세요' 등 삼겹살 파티에 참여하려는 학생들의 사연이 다양했다. 학생들의 여러 이야기를 듣는 귀중한 기회다. 지역상권도 더불어 살아나면 더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근엄하게만 느껴졌던 대학 총장상이 달라지고 있다. 총장은 아주 '높고 먼 곳'에 있는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학생 가까이서 얼굴을 맞대고 고민을 들어주는 존재로 변모했다. 학생과 적극적인 '스킨십'에 나선 대학 총장은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동서대 장제국 총장은 매일 아침 페이스북을 통해 학생과 소통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5000명의 팔로어 대부분이 동서대 학생이다. 지적사항이 올라오면 개선할 수 있는지 총장이 해당 부서에 곧바로 통보한다. 또 학생이 1 대 1 면담 신청을 하면 총장실로 불러 고민 상담을 해준다. 고민은 학교에 대한 불만부터 연애 상담 등 다양하다. 매달 한 차례 학생 및 교직원과 소통의 자리도 만든다. 교내 건물 로비에서 커피 샌드위치 등을 먹으며 대화하는 '스탠딩 오찬'을 연다. 장 총장은 "요즘 인터넷 모바일 등 소통의 도구는 발달했지만 부모나 친구와 직접 대화할 기회는 더 없어진 것 같다"며 "아무 이유 없이 오는 아이들도 있다.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고 개선할 내용이 있으면 반영한다"고 말했다.

부경대 김영섭 총장도 2012년 8월 취임 이후 페이스북을 개통해 매일 학생과 대화 중이다. 현재까지 팔로어는 4000명에 가깝다.

이처럼 달라진 총장상은 '시대의 반영'이다. 최근 4~5년 새 40대 후반~50대 초반의 젊은 총장이 대거 등장하면서 대학도 권위를 벗어던지고 있다. 권위를 없앤다기보다 민주적인 소통으로 새로운 방식의 권위를 세우는 셈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학생 충원이 쉽지 않은 현재 대학 위기 상황도 총장의 적극적 스킨십에 한몫했다는 시각이다.

학생과의 직접 대화는 무엇보다 관계의 과잉, 소통의 부족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법일 수 있다. 동의과학대 김 총장은 "총장뿐 아니라 교수도 학생과 얼굴 맞대며 한 번이라도 웃어주고 칭찬해주는 게 우리 학생이 바른 인성을 가진 인재로 커가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