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온천천시민공원에 조성된 자전거 대여소.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자전거가 꽉 차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kr

- 사회적 낭비 줄일 대안 교통
- 미국 등 선진국은 보편화
- 서울도 市차원 나눔카 서비스

- 부산은 지원책 없고 홍보 부족
- 민간 '카 셰어링' 업체도 고전
- 자전거는 공원 놀이용 전락

본격적인 '공유교통'의 시대가 막이 올랐지만 부산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다. 공유교통은 교통비용 절감을 위해 교통수단을 공동 이용하는 것으로 대중교통과 개인 교통의 중간 역할을 맡는 형태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공유'(자동차 셰어링) '자전거 공유' 등이 이에 속한다.

■왜 공유교통인가

경기개발연구원의 2010년 가구통행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개인 승용차는 하루 1, 2시간 정도밖에 사용되지 않는다. 개인 승용차는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을 주차된 상태로 보내기 때문에 이용 효율성이 낮다. 또한 차량 구매와 유지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공유교통은 이러한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대중교통 사각지대(Missing Link)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공유교통의 개념이 제시되는 경우도 있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유교통이 보편화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미국 뉴욕시는 차량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2010년 509대의 관용차량을 '짚카'(Zipcar·회원제 렌터카 공유 회사)로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

■부산의 '자동차 셰어링'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셰어링'이 가장 잘 실현되고 있는 곳은 제주도다. 여행자들의 입장에서 하루 단위로 렌터카를 빌리는 것보다 저렴하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도시 중에는 서울이 적극적으로 공유교통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 9월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했다. 이듬해인 2013년 5월 '서울 교통비전 2030'에서 서울시는 '사람' '환경'과 함께 '공유'를 미래 교통부문에 추구해야 할 3가지 핵심가치의 하나로 설정했다. 2013년 2월 서울은 '나눔카'라는 이름의 승용차 공동 이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나눔카의 현재 위치는 서울 교통정보 홈페이지 등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에서 '자동차 셰어링'의 개념은 아직 생소하다. 현재 '쏘카' '아워카' 등 민간업체 몇 곳이 부산에 잇따라 진출했지만 이용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부산시에서 '자동차 셰어링'과 관련해 내놓은 시책은 없다"며 "업체 측에서 공용 주차장 이용료 등의 혜택을 요구한 적이 있지만 아직 지원책이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자전거 셰어링'

'자전거 셰어링'은 정부나 민간업체가 이용자에게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무인 정차대에 세워진 자전거를 신분 확인, 결제 등의 과정을 거쳐 대여한다. 이용이 끝나면 다시 자전거 정차대에 반납하는 방식이다. 부산에는 총 12곳의 자전거 무료 대여소가 운영되고 있다. 보유대수는 총 1142대로, 이 가운데 어린이용 자전거가 81대다. 지난해 총 이용 실적은 27만2364회로 집계됐다.

하지만 부산 시내에서는 무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잘 만날 수 없다. 그 이유는 대부분 자전거 대여소가 삼락생태공원, 화명생태공원, 맥도생태공원, 온천천시민공원 등 공원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부산에서 '공용 자전거'가 갖는 의미는 대중교통이 갈 수 없는 곳을 연결해 주는 수단이 아니라, 공원 안에서 타는 놀이용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4일 부산 온천천에서 만난 강정호(31·부산 기장군 기장읍) 씨는 "매주 한 두 번씩 자전거를 타러 온천천 시민공원에 나오지만, 공영자전거를 사용해본 적은 단 한 번밖에 없다"며 "어차피 온천천 내에서만 타는 자전건데, 이동 목적이라면 차라리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 교통전문가 배상훈 교수

- "호텔도 일종의 침대 공유 서비스, 공유교통 거부감 없앨 정책 펴야"

"홍보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시나 대기업 등의 참여가 저조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죠."

교통전문가 부경대 배상훈(공간정보시스템공학과·사진) 교수는 부산에서 '자동차 셰어링'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교통수단, 과시욕 등 '자동차'가 가진 사회적인 의미는 다양하다. 배 교수는 자동차의 의미 중 '사생활 보호'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자동차가 사생활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므로 '공유'라는 단어에 사람들이 부담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사실 호텔도 알고 보면 '침대 공유'를 위한 공간이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며 "이렇듯 '공유'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어감을 숨길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CTS(Cloud Transport System·공유기반교통시스템)를 서비스가 고도로 진화된 대중교통의 형태라고 규정했다.

배 교수는 우버택시(Uber·차량의 운전기사와 승객을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연결하는 형태의 택시)를 예로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법상 금지되어 있지만, 미국에서는 우버택시가 안전하고 깨끗한 대중교통의 하나로 인식됩니다. '자동차 셰어링'도 이와 마찬가지로 볼 수 있죠."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는 데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배 교수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많은데, CTS도 서민들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부산시나 관련 부처에서 CTS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민간의 노력과 정책적 뒷받침이 한데 어우러지면 부산에서도 충분히 공유교통이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창원의 '누비자' 성공 비결은 유기적으로 엮은 350㎞ 자전거길

부산과 달리 경남 창원은 전국 공유교통을 이끌어 가는 도시 중 하나다. 2008년부터 창원시가 도입한 공영자전거 '누비자'는 시민의 열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누비자'는 창원 전역에 247곳의 터미널이 설치되어 있으며, 대여 가능 자전거는 2400여 대에 달한다. 회원은 8만 명이 넘는다. 인터넷 홈페이지(www.nubija.com)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자전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공영자전거라는 말에 걸맞게 요금도 저렴하다. 연회원 가입비는 3만 원, 비회원의 1일 사용권은 1000원에 불과하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창원 시민의 이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은미(여·29) 씨는 "중·고등학생들의 하교 시간 때에는 학교 주변 터미널에서 '누비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누비자'의 성공 요인은 창원 시내의 자전거 도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의창구, 성산구 등 창원 시내의 자전거도로에는 분리대가 설치되어 일반 차량이 쉽사리 끼어들지 못한다. 누비자 도입 전 창원에서는 자전거 도로를 보수하기도 했다. 350㎞의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도 '누비자'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이에 반해 부산은 자전거 도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부터 양정 하마정교차로까지는 자전거길이 잘 갖춰져 있지만, 온천천시민공원까지는 자전거길이 없다. 낙동강의 자전거길도 따로 만들어져 있다. 부산에서 '자전거 셰어링'은 교통수단으로의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

공동기획 : 공동기획 : 부산시·부산경찰청·부산교통공사·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