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의회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최근 축소 공개해 '투명한 행정 정보 공개'라는 시대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21일 부산 강서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살펴보니 기존에 공개하던 업무추진비 사용처를 삭제한 채 공개했다. 기존에는 업무추진비 사용 일시, 사용 목적, 인원, 금액에 더해 지출수단과 사용처 상호까지 명시했지만 최근 이를 빼고 공개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 같은 정보를 포함해 공개했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도 삭제했다. 이는 주민들의 알 권리를 축소한 것은 물론 투명하게 행정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부산 지자체·의회 업무추진비 부실 공개(본지 지난 20일 자 1·6면 보도)에 관한 취재에 들어간 후 구의회가 이 같은 조처를 해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의혹까지 사고 있다.

일선 공무원들은 "기초의회 의원 중 업무추진비를 술값·식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구청 인근에 식당을 내고 이곳에서 간담회를 여는 의원도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의회가 삭제하기 전 입수한 지난해 7~9월 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서 의장은 42회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면서 39회 식사 모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의장은 33회 전부 간담회 등 식사비에 썼다.

부산시의회 의장이 업무추진비 대부분을 직원 격려·경조사비·방문객 접대용 다과 구매 등에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의장은 33회 중 특정 음식점에서만 9회 모임을 한 후 105만7000원을 써 친분이 있는 식당만 집중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강서구의회 측은 다른 기초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공개 수준과 맞추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강서구의회 관계자는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는 기초의회가 소수일 뿐만 아니라 사용처 상호까지 함께 올린 경우는 없다"며 "다른 기초의회에 부담을 줄까 부담스러워 삭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