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중학교 전면실시 앞두고
- 지역기업 적극적 도움 절실
"공부해서 대학 가라. 고생하는 거, 뭐 볼 게 있다고 왔어?"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최근 진로체험을 위해 학생들과 제조업 사업장에 들렀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공장 현장을 견학하던 학생들에게 근로자가 던진 말이다. 이 교사는 "자식 같은 마음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말이겠지만 치열한 제조업 현장을 보고 공부하고 싶었는데 설명이 부족했다"며 "아직은 우리 사회가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할 수 있는 것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는 등 중·고교에서 진로체험 활동이 활성화하고 있지만, 교육현장은 양질의 진로체험처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21일 부산시교육청 진로진학센터에 따르면 현재 830여 곳의 진로체험처가 지정돼 있으나 대부분 서비스업이며, 절반가량이 개인사업장 등 영세사업장이다. 기업은 일부이고, 진로체험처 명단에 올랐다 하더라도 업무 시간 등을 이유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제조업은 르노삼성자동차 등 일부에 불과하다.
전체 진로체험처의 20% 정도로 다수를 차지하는 170곳은 바리스타학원 제과제빵학원 헤어뷰티학원 공방 등 학원이다. 대학 및 학교도 경남정보대, 부산대 물리관, 동아대 박물관, 동의과학대 호텔관광경영 등 일부만 진로체험처로 등록돼 있다. 진로체험처는 시교육청 진로진학지원센터와 교육지원청별로 학부모가 주축이 돼 만들어진 '꿈길지원단'이 개발 중이나 '뚫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기업 현장을 경험할 기회가 부족하다 보니 소수 관련 프로그램의 수강 경쟁률은 치열하다. 국제신문 출신 기자들이 지난 1일부터 11월 말까지 부산지역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강의하는 '1일 기자체험-나도 신문기자' 프로그램은 접수 이틀 만에 25강 모두 마감될 정도였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 NIE(신문활용교육) 편도욱 특임강사는 "마감 이후 왜 우리 학교는 신청할 수 없느냐며 항의(?)하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생이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한 뒤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중·고교 진로체험 프로그램은 지역사회가 협력할 때 교육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박강형 장학사는 "가까운 울산만 봐도 진로박람회에 자동차 명장이 나와 용접부터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등 학생들이 산업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기업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