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1일 신임검사 임관식 후 기념촬영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총리 사의로 부담 던 검찰
- 리스트 8인 수사 가속도

검찰이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를 소환하고 경남기업에 세 번째 압수수색을 하는 등 '성완종 리스트'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현직 총리를 수사해야 하는 부담을 해결했다.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 사건의 핵심 참고인으로 꼽히는 박 전 상무는 21일 검찰에 출두했다. 그는 이날 낮 12시25분께 검찰 특별수사팀 조사실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해 성 전 회장의 금품 제공 의혹이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말할 부분이 아니다. 목격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비밀장부'의 존재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없다"고 말했고, 금품수수 의혹 당사자로부터 회유성 전화를 받은 적에 대해서도 "그런 건 없었다"고 언급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12일 특별수사팀이 구성된 이후 9일 만에 처음으로 이 사건에 관해 정식 조사를 받는 첫 참고인이다. 금품 메모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가장 잘 아는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특별수사팀은 박 전 상무를 상대로 성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 8명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정황을 담은 메모에 관한 사실관계를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상무가 진술한 내용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기 위해 이날 박 전 상무의 경기도 고양시 자택 CC(폐쇄회로)TV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인사 가운데 '검찰 수사 1호'로 이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꼽는 분위기였다. 두 사람은 리스트에 실명과 수수액이 적시됐을 뿐 아니라 성 전 회장의 언론 인터뷰 녹취록을 통해 당시 돈을 주고받은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이 가운데 굳이 한 명을 꼽자면 이 총리보다는 홍 지사가 우선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편 검찰은 이날 경남기업 본사에 대해 세 번째 압수수색에 나섰다. 특별수사팀은 이날 오전 10시10분께 서울 동대문구의 경남기업 사무실 내 일부 부서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회의록 등을 확보하고 건물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CCTV에 담긴 녹화기록 등의 자료를 압수했다. 특별수사팀은 경남기업에서 압수한 회사 내부 CCTV 녹화 파일과 컴퓨터 등을 분석한 결과 파일의 상당 부분이 지워졌거나 애초부터 CCTV 녹화 자체가 안된 사실을 파악하고 증거 인멸이 이뤄졌는지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