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장 등 지자체장
- 금액·사용건수만 공개
- 상세내역 거의 안 밝혀

- 전용 의혹 살만하지만
- 공개 강제할 규정 없어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부산지역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 집행부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가 여전히 '수박 겉핥기식'에 그치고 있다. 일부 공직자의 경우 사적 용도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를 상세하게 알리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16개 구·군 단체장 및 의회 집행부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2014년 7월 이후)을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본 결과 업무추진비 사용업소·대상·목적 등 상세 내용을 공개한 곳은 드물었다.

우선 16개 기초의회를 보면 업무추진비를 공개한 곳은 강서·사상·사하·서·해운대구의회 등 5곳에 불과했다. 11개 구·군의회는 한번도 업무추진비 공개를 하지 않았다. 업무추진비 공개를 한 곳 중에서도 해운대·강서구의회 의장단은 지난해 9월을 마지막으로 '폐점' 상태다.

정보 공개 내용 역시 빈약했다. 서구의회 의장단이 지난해 7~12월 사용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보면 '의장, 서구 선거관리위원회 의견협의 간담회 외 49건 1399만8000원 사용'이라고 공개하는 등 6개월 동안 3059만8000원을 사용한 내용을 단 6줄로만 알렸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 공개 수준도 생색내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공개한 지난 1~3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보면 대부분 월 1000만 원 이상 사용하면서 '구정 주요 현안 등 주요 시책 추진' '현안 업무추진 직원 격려' 등으로 나눠 집행 금액, 건수 정도만 알렸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해동 부산시의회 의장도 사용 일시와 대상, 건수 등 일부만 공개했다.

이처럼 업무추진비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일부 지자체장과 기초의회 의장단이 업무추진비를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한 기초의회 의원은 "의장이 사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쓴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 있다"고 털어놓았다.

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장단이 업무추진비를 공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공개하는 것은 이를 강제할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시의회만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을 자체적으로 정해 업무추진비 사용 일시·집행 목적·대상 인원·금액·결제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공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세금으로 충당되는 업무추진비의 사용처와 목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훈전 사무처장은 "10여 년 전부터 시민단체에서 업무추진비의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아직도 안 되고 있다"며 "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이 업무추진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하다 보니 두루뭉술하게 알리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