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병에 걸린 벚나무. 병든 가지에서 꽃이 피지 않고 작은 잎만 빽빽하게 돋아나 있다. 김헌일 창원시의원 제공

- 예산 부족으로 치료약 확보 차질

국내 최고 벚꽃 명소인 경남 진해의 벚나무에 '빗자루병'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할 창원시 진해구는 치료 예산을 필요액의 50분의 1밖에 확보하지 못해 벚나무 고사가 우려된다.

진해구는 도로, 공원, 산에 있는 벚나무 약 1만 그루가 빗자루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전수조사를 하지 않고 대략적으로 추정한 수치다.

빗자루병은 벚나무에서 잔가지가 마치 빗자루 모양처럼 무더기로 돋아나는 병이다. 병든 가지에서는 꽃이 피지 않고 작은 잎만 빽빽하게 나오다 결국 가지가 말라 죽는다. 빗자루병은 곰팡이 포자가 공기를 타고 가까운 벚나무로 날아가 병을 옮기기 때문에 확산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현재 진해구에는 35만여 그루의 벚나무가 있다. 진해구 인구(18만여 명)의 배에 달한다. 10~20년생 2만5000여 그루, 20~30년생 9만9000여 그루, 30년생 이상이 23만여 그루다.

빗자루병에 걸린 벚나무를 치료하려면 나무 나이에 따라 그루당 10만~15만 원이 든다. 1만 그루를 모두 치료하려면 최소 15억 원가량이 필요하다고 진해구는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벚나무 빗자루병 방제용으로 진해구가 확보한 예산은 3000만 원에 불과하다. 1년에 수백 그루밖에 방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헌일 창원시의회 의원(진해구 태백·경화·병암·석동)은 "벚나무는 진해구의 상징이면서 최대 관광자원"이라며 "빗자루병이 만연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는 만큼 창원시 차원에서 방제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항제 행사 때 불꽃놀이에 돈을 쓰는 것보다는 평소 벚나무를 더 잘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