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원인·대책·책임규명 외면
- 고리원전 반경 30㎞ 이내
- 수많은 사람 거주 믿기지 않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일본 언론이나 정부가 신경 쓰지 않는 것에 격분해 시민이 뭉쳤습니다."

20여 명의 일본인을 이끌고 부산을 찾은 반핵운동가 간다 가오리(여·62·사진·본명 타케타니 미츠코) 씨는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민 네크워크 결성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5월 고리원전을 직접 방문한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랐다고 한다. 고리원전이 누구나 훤히 볼 수 있는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원전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 일반인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간다 씨는 "고리원전 반경 30㎞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세월호 참사에는 닮은 점이 있다. 어느 시점부터 사람들이 피해자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고의 원인, 대책, 책임은 온데간데없고, 힘없는 사람들의 절규만 남았다. 간다 씨는 "피해자들은 처참한 생활을 하지만, 관련자들도 후쿠시마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린다"며 "진실이 사라지니, 결국 힘없고 작은 아이가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간다 씨는 평범한 연극인이었다. 2011년 3월 11일까지도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는 후쿠시마 현 이와키 시에서 태어났다. 고향이 파괴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만든 조직이 '후쿠시마 지원 사람과 문화네트워크'다. 후쿠시마 지역에 고향을 둔 출향민들이 중심이 돼 만든 단체다.

간다 씨는 1980년 '강담'(한국의 만담과 유사)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그는 원래 전통적인 강담에 재즈강담이나 1인 연극의 요소를 넣은 독자적인 작품을 발표하는 등 강담계의 신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예능인인 동시에 반핵 운동가이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원전사고 속 부부애를 그린 '체르노빌의 기도', 히로시마 원폭을 다룬 '맨발의 겐' 등이 있다. 지난 18일 부산에서 공연한 '후쿠시마의 기도'는 원전사고 이후 평범하던 일상을 잃어버린 한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