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침상 50만 원 이상 사용하면
- 상대 이름도 내부 행정망 올려야
- 기관별 공개 기준·시기도 제각각
- 현금사용 가능 사후 추적 힘들어

"엄정하고 투명한 예산 집행으로 신뢰받는 구정을 실현하고자 구청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아래와 같이 공개합니다."

부산 A구청장은 지난 1~3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구청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A 구청장이 공개한 내용으로는 '엄정하고 투명'하게 업무추진비를 썼는지 알 수 없다. 같은 기간 108회 3772만9400원을 썼지만 A4 용지 한 장으로 압축했다. 언제 누구와 얼마를 어디에 썼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없었다.

B구청장은 '지난해 10월 13회 420만3000원, 11월 8회 155만 원, 12월 11회 231만7000원'을 썼다는 내용만 공개했다. B구청장 역시 업무추진비를 제대로 사용한 사실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부산시와 구·군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알린 단체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역시 속 빈 강정과 다르지 않았다. 특정 상황에 따라 현금사용이 가능해 사후 비용 추적이 힘든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2월 부산시 한 고위간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는 '같은 달 2일 현금 100만 원, 16일 현금 250만 원'을 썼다는 내용만 공개했을 뿐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썼다는 정보는 없다. 시 관계자는 "민원인 편의를 위해 자료를 공개한 것일 뿐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상세히 공개하면 직원 업무가 과다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은 '예산 및 기금 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라 50만 원 이상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면 외부 공개는 의무 사항이 아니지만 일시·장소는 물론 상대방의 소속·성명까지 반드시 기재해 내부 행정망에 올려야 한다. 의지만 있으면 외부 공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공개 현황을 살펴본 결과 기관별 공개 기준과 적용 범위, 공개 시기도 제각각이었다. C구는 구청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지난해 6월까지만 공개했다. 지난해 7월 신임 구청장이 부임 후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오규석 기장군수는 업무추진비 지출액과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대비된다.

이처럼 공개 내역이 부실한 배경에는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수행이나 행사 및 사업추진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으로 특히 기관에서 '자의적'으로 쓰기 쉬운 돈이어서 항상 부당 사용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국무총리실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관련 규정을 제정해 2003년 6월 공표했다. 그러나 12년이 지나도록 '업무추진비 정보 공개 원칙'에 따른 세부적인 규정과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를 바라보는 대다수 시민은 분통이 터진다.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김강원(30·부산 사상구 주례동) 씨는 "민간회사에서는 업무추진비를 쓰면 다음 날 어떤 목적으로 얼마를 어느 식당에서 썼는지는 물론 기대 수익이나 기대 효과까지 회사에 보고해야 한다"며 "혈세를 쓰면서 이렇게 부실하게 사용내역을 공개한다니 허탈할 뿐"이라고 말했다.

동아대 윤은기(행정학과) 교수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보면 국제투명성기구가 제시한 기준을 전혀 이행하지 못한다"며 "결국 단체장 의지에 달려있는데 공개할 의지가 부족하다. 이들을 견제할 지방의회도 투명하지 못하다 보니 단체장을 압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 구·군 단체장 및 의회 업무추진비  　공개 현황(지난해 7월 이후)  구·군  단체장 공개여부 의회 공개여부 중 부실 공개 비공개 동 부실 공개 비공개 서 부실 공개 부실 공개 영도 부실 공개 비공개 사하 부실 공개 부실 공개 부산진 부실 공개 비공개 남 부실 공개 비공개 수영 부실 공개 비공개  연제 부실 공개 비공개  동래 부실 공개 비공개 금정 부실 공개 비공개 사상 부실 공개 부실 공개 북 부실 공개 비공개 강서 비공개 부실 공개 해운대 부실 공개 부실 공개 기장 공개 비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