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정기 작가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조성하고 있는 '기억의 벽'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기억의 벽은 국민으로부터 받은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모 그림과 글을 4700여 장의 타일로 만든 추모 공간이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유치원생 초중고생 등이 만든
- 3700장의 그림·글귀 새긴 타일
- 전국 각지 어린이책 작가 참여
- '그날의 아픔 잊지말자' 설치작업

'친구들과 훨훨 멀리 날아라. 언니 오빠들 당신을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하늘에서도 꿈 활짝 피우길'.

지난 11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 그림과 글씨가 쓰인 타일 벽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타일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잊지 말자' '기억하겠다'는 등의 내용 이 적혀 있었다. 타일 벽 제일 앞쪽에는 부산 등 지역 이름이 노란 바탕에 검정 글씨로 적혔다.

이날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세월호를 기억하는 어린이 책 작가 모임' 작가들이 팽목항에 기다란 타일 벽을 만들었다. 모두 11명의 작가가 이날 작업에 참여했다. 부산에서는 한정기 (사진)작가가 유일하다.

이 벽의 이름은 '기억의 벽'이다. 지난 2월 1차로 1700장의 타일을 설치했고 2차로 3000장의 타일을 더 만들었다. 이번에 부산에서만 전국에서 가장 많은 700장의 타일을 만들었다. 세로 4장씩 195m 길이다. 오는 16일 세월호 1주기 전에 작업을 모두 마친다는 계획이다. 기억의 벽은 세월호 사건이 점점 국민들 기억에서 잊히면서 이를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목적으로 만들었다.

한 작가는 "1차에는 부산 진도 제주도 등 일부 지역이 참여하지 못했다. 2차 작업에는 빠지는 곳 없이 모든 지역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한 작가 외에 12명의 작가가 타일을 만드는 작업에 동원됐다. 이들은 어린이집 등을 돌며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영상을 보여줬다. 지난 2월 27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를 '세월호 기억주간'으로 정하고 타일을 만들었다. 타일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뿐 아니라 초중고교생, 그리고 이들의 학부모가 직접 만들었다. 작업에 참여한 이들은 하나같이 작가들에게 "이 작업을 시작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호응해줄지 몰랐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해 '다들 똑같은 마음을 갖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만든 타일은 경기 여주에서 구워 다시 진도로 옮겼다. 1t가량 되는 타일을 트럭 기사는 기름값만 받고 운송해줬다. 타일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작업도 진도에 모인 작가들이 밤을 새워 직접 했다. 작업을 위한 창고는 진도 농민회에서 지원했다. 한 작가는 "온 국민이 기억의 벽을 만드는 데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사고는 어느 사회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는 정말 맑은 아침이었는데도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 배가 기울고 있었을 때 구조했다면 희생자들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밝혀진 것이 없다. 정부는 왜 못 구했는지, 어떤 이유인지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작가는 "기억의 벽은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을 표현한 벽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