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의 전제조건으로 주민투표 실시를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노후 발전소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도록 에너지 분권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본지 지난달 16일 자 1·3면 보도)에 따른 것이다.
새누리당 하태경(부산 해운대·기장을) 의원은 7일 "우리나라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민 의사와는 상관없이 노후 원자로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다음 달까지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장치를 담은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입법조사처가 하 의원의 의뢰로 분석한 '원자력발전소 계속운전 결정에서 주민투표 의무화'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입지 선정에 앞서 주민 찬반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은 지난해 핵발전소 건설에 앞서 주민투표를 의무화하는 전원개발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반면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주민투표 대신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공람이나 공청회를 거쳐 계속운전 여부가 결정된다. 입법조사처는 "(발전용 원자로 재가동에 대한)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명확히 하려면 원자력안전법 제20조(운영허가)나 제103조(의견수렴)를 개정해 비상계획구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찬반투표를 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민투표 대상은 '원자력시설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에 따른 비상계획구역(반경 20~30㎞) 거주자가 적당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최근 부산시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건의한 방사선비상계획구역 기준(20~21㎞)을 적용하면 기장군 전역과 해운대·금정구 일부 주민 52만 명가량이 투표 대상이 된다. 반핵단체 요구대로 30㎞로 확대되면 340만 명가량이다.
앞서 '고리1호기 폐쇄 부산범시민운동본부'가 지난 1일 부산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정책 질의를 한 결과 다수가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때 주민 의사 반영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본지 지난 2일 자 4면 보도)을 보였다. 설문에 응한 10명은 모두 원전 수명 연장에 앞서 주민 의사를 반영하도록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원전 정책은 국가사무여서 자치단체장 동의나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 의원은 "원전 영향권에 사는 주민들은 불안에 떨면서도 발언권이 없다. 일본처럼 자치단체장에게 재가동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고, 자치단체장이 주민투표 등을 통해 의견을 모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