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부산 연제구 연산교차로가 교통정체를 빚고 있는 가운데 '나 홀로 차량'들이 눈에 많이 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10년간 도로 27% 확충했지만
- 승용차 수송분담률도 4%P 늘어
- 市, 1인 차량 혼잡통행료 추진

- 마트·백화점 주변 정체 막으려
- 주차장 유료화 등 유도하지만
- 업계는 "고객 반발 우려" 난색

부산이 만성적인 '교통지옥'에서 벗어나려면 '나 홀로 운전' 차량을 줄여야 한다. 지난 27일 오전 8시 부산 사하구 하단동 하단오거리는 신평·장림산업단지로 향하는 차량이 줄을 이었다. 1시간 동안 오가는 승용차를 지켜본 결과 10대 중 7대는 나 홀로 운전 차량이었다. 이 일대 도로는 당리시장 지점부터 정체가 시작돼 하단지구대까지 1㎞가량 이어져 차량이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낙동강하굿둑에서 올라온 차량이 합류하는 구간에는 조금 더 빨리 가려는 차량이 노선 변경을 시도하는 탓에 서로 뒤엉켜 혼잡을 빚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퇴근 시간대인 오후 7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거리에 넘쳐나는 나 홀로 차량은 극심한 차량정체를 초래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지난 1월 12~16일 부산시가 황령산터널·동서고가도로를 대상으로 시행한 실태조사 조사 결과 나 홀로 차량은 무려 8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퇴근시간대 쏟아져 나오는 나 홀로 운전 차량의 증가는 내려올 줄 모르는 승용차 수송분담률로 이어진다. 부산의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에서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28.2%에서 지난해 32.1%로 3.9%포인트 늘었다. 그동안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3.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승용차가 버스(24.9%)·도시철도(17.5%)를 제치고 수송분담률 1위다. 결국 시의 출퇴근 차량정체 해소 대책은 나 홀로 운전 차량을 얼마만큼 억제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승용차 수요 과감하게 억제해야

그동안 시는 교통인프라 확충에 주력했다. 29일 시에 따르면 2004~2014년 10년 사이 도로는 2643.08㎞에서 3363.45㎞로 27% 늘어났다. 2004년 3만4119개소 62만9749면이던 주차장은 2014년 6만3527개소 113만8803면으로 배 가까이 확충했다. 기초지방자치단체는 도로에 주차선만 그은 주거지 전용 주차장을 조성했지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외부 차량의 부정주차가 이어져 주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차량을 감당하지 못해 시는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나 홀로 차량에 페널티를 주는 등 승용차 이용 억제 정책으로 바꿨다. 시는 2017년부터 만덕터널·황령산터널·동서고가를 지나는 나 홀로 차량에 대해 혼잡통행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또 도심 주차장의 급지를 상향 조정해 요금을 올려 받으면서 자가 운전자의 부담을 높일 계획이지만 자가 운전자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교통유발부담금 2020년 6배 올라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부산시 교통유발부담금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교통유발부담금은 오는 2020년까지 매년 조금씩 늘어날 예정이다. 개정 조례에 따르면 교통유발부담금으로 면적 3000㎡ 이하는 ㎡ 당 350원, 면적 3000㎡ 초과∼3만㎡는 ㎡ 당 700원, 면적 3만㎡ 초과는 ㎡ 당 800원을 차등 부과한다. 또 2020년까지 매년 교통유발부담금을 상향해 ㎡당 2000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주차장 유료화, 주차장 축소 등 교통량 감축 프로그램을 시행할 경우 교통유발부담금을 경감시켜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담금을 줄이려는 유통업계의 자구책 마련에 관심이 쏠리지만 유통업계는 난색을 표명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승용차를 타고 쇼핑을 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며 "전면 주차장 유료화 정책을 시행할 경우 고객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밝혔다.


# 극심한 정체 빚던 서울 남산터널, 페널티 징수 뒤 시속 21㎞→46㎞

- 싱가포르는 승용차 등록 제한

자가용 이용이 급증하면서 차량정체가 심각해지자 도시마다 '나 홀로 차량'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자가용 이용 억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1996년 11월 11일부터 남산1·3호 터널에서 2명 이하(운전자 포함)가 탑승한 10인승 이하 승용·승합자를 대상으로 오전 7시~오후 9시 혼잡통행료 2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3인 이상 탑승한 차량의 경우에는 면제받는다. 교통혼잡지역인 남산터널을 통과하는 승용차를 줄이려는 목적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혼잡통행료 징수 이후 남산 1·3호터널의 일평균 교통량은 2062대 감소하고 통행 속도는 시속 21.6㎞에서 46.5㎞로 배 이상 향상됐다. 통행 승용차는 혼잡통행료 징수 이전보다 28% 감소했지만 버스는 11.5% 늘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국토면적이 좁아 자가용 승용차 감축을 위해 강도 높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199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차량등록쿼터제는 국가가 차량 총량을 규제하는 제도다. 국토도로청(LTA)이 교통 상황과 도로 여건 등을 조사해 매년 신규 등록 차량 수를 결정하면 차량 등록자가 입찰 후 낙찰받는 방식으로 면허를 구매한다.

1994년부터는 비첨두시간 차량등록제를 도입했다. 비첨두시간 차량등록제에 등록한 차량은 월~금요일 오후 7시~오전 7시에만 운행이 허용된다. 주말의 경우 토요일은 오후 3시 이후에 운행할 수 있으며 일요일·공휴일은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다.

동아대 김회경(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나 홀로 운전차량을 줄이기 위해 2인승 차량만 통행할 수 있는 다인승전용차로제를 실시하고, 주차요금을 올려 받는 등 다양한 수요 억제책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것이 나 홀로 운전 차량을 줄이는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 '나 홀로 차' 운전자들은 하소연

- "시 외곽 출퇴근, 대중교통 너무 열악해서…"

운전자들은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나 홀로 차량을 몰고 출퇴근한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김기훈(31) 씨는 매일 오전 6시30분 부산 금정구 부곡동 집에서 자가용을 몰고 출근길에 나선다. 강서구 명지동 회사까지 가는데 만덕터널과 남해고속도로 등을 거쳐 이동한다. 중앙대로를 따라 금정구에서 도시철도 동래역까지 이동하는 데는 그나마 큰 막힘이 없다. 하지만 도시철도 미남역을 지나 만덕터널을 지나면서부터 극심한 교통혼잡이 시작된다. 남해고속도로를 지나 공항로로 진입하기까지 끼어들기를 일삼는 얌체 차량과 일반 차량 사이에 서로를 견제하는 경적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평소 출퇴근 시간만 아니면 40분가량이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거리지만, 출퇴근 시간이면 극심한 정체로 이동하는데 길게는 1시간 30분이 걸린다. 김 씨는 "회사까지 이동하는 데 적당한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승용차를 몰고 이동한다"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차량 정체가 이어져 매일 아침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연제구 거제동에서 사하구 신평동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하는 장모(37) 씨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뚜벅이족이었던 장 씨는 입사 후 한 달 만에 소형차를 장만했다. 장 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는 출퇴근 시간만 3시간 넘게 걸린 데다 사람들한테 치이느라 진이 다 빠졌다"며 "지금도 출퇴근 시간은 크게 안 줄었지만 비교적 편안하게 출퇴근할 수 있다"고 했다.

북구 화명동에서 해운대구 우동까지 카풀(승용차 함께 타기)로 출퇴근했던 이지웅(40) 씨는 최근 나 홀로 운전을 선택했다. 이 씨는 "3, 4명이 함께 차를 타다 보니 약속 시각을 어기는 경우가 종종 생겨 사이가 서먹해졌다"며 "간혹 운전자를 운전기사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불쾌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