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가 도심 상가 일부 구간을 보행자 중심 디자인거리로 조성하는 '왕생이길 조성사업'을 추진하자, 해당 상인들이 주차공간 축소를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남구는 52억원을 들여 남구청사거리∼뉴코아아울렛 길이 535ｍ, 너비 20ｍ 도로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왕생이길은 이 구간 도로명인 '왕생로'에서 따온 것으로, 왕생로는 '풍수지리상임금이 날 만한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다음 달 실시설계용역 완료에 따라 결정되지만, 현재 차량중심인 도로를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게 남구의 기본 구상이다.

남구는 이 구간 전봇대, 전선, 통신선로 등을 모두 지중화하고, 낡은 보도와 차도를 정비할 예정이다.

특히 왕복 4차로를 2차로로 축소하는 대신에 양방향 차로 중앙에 휴게시설과 전시공간 등을 갖춘 보행로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해당 구간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현재 이 구간에는 약 50개 동의 건물에 식당, 주점, 결혼업체 등 140여 곳의 상점이 밀집해 있다.

상인들은 그동안 양쪽 도로변을 손님 주차공간으로 활용했는데, 차로가 절반으로 줄면 주차난이 심해지고 결국 상권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29일 "걷기 좋은 거리를 조성하는 일은 환영하지만,주차공간이 부족하면 손님의 발길이 끊겨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 "사업구간은 공원이 아니라 상권이기 때문에 주차공간 확보가 어느 것보다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상인도 "제법 규모를 갖춘 상권인 데도 공영주차장 한 곳 없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도로변을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상인들의 뜻을 모아 남구가 주차 대책을 우선 마련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구는 상권 주변 어린이공원 지하에 차량 1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평소 이 구간에 주차된 90대가량의 차량 가운데 60∼70%는 업주, 종업원 등 종사자들의 차량으로 파악됐다며, 손님 불편이나 상권 축소 등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남구의 한 관계자는 "상점들이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종사자 주차를 자제하려고 노력하면 현재 주차난과 무질서도 개선할 수 있다"면서 "상권에 걷기 편한 명품 거리가 조성되면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장사도 더 잘 될 것"이라며 상인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한편 남구는 2012년 남구청사거리∼남울산우체국 418ｍ에 보행공간을 넓히고 조형물을 설치한 '예술이 숨쉬는 길'을 조성했다.

왕생이길이 조성되면 예술이 숨쉬는 길과 접속, 보행자 중심 디자인거리 연장은약 1㎞로 늘어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