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주)가 부산시 승인을 받지 않고 연제구 거제동 홈플러스 아시아드점의 출자자 지분을 세 차례 변경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김성효기자 kimsh@kookje.co.kr

- 승인없이 출자자 세 차례 변경
- 실시협약 재협상 한 번도 안해
- 애초 초과수입 환수조항 없어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인 부산 연제구 거제동 홈플러스 아시아드점이 '치외법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홈플러스(주)가 부산시 승인없이 세 차례 출자자를 변경했는데도 제재를 받지 않은 것은 물론 10년이 넘도록 운영 실태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승인 없이 '출자자 변경' 논란

홈플러스 아시아드점은 영남권 최대 할인점이다. 지하 2~지상 1층에 연면적은 6만4517㎡.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린 아시아드주경기장과 사직야구장 옆에 자리잡은 황금상권이다. 2100여 대를 동시 수용하는 주차장과 영화관·생활체육시설을 갖춰 늘 인파로 붐빈다.

부산시는 아시안게임을 앞둔 2001년 3월 홈플러스의 전신인 삼성테스코(주)와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삼성테스코가 부산시 소유 토지 6만5459㎡에 노외 주차장과 부대시설이 포함된 건물을 지어 기부채납하는 대신 부산시가 50년간 무상사용을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2003년 7월 문을 연 아시아드점은 매년 900억~100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쟁점은 '홈플러스의 출자자 변경이 적법한가' 여부다. 본지 취재 결과 홈플러스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유상증자 또는 주식 양도양수를 통해 공동 출자자였던 삼성물산 지분 19%를 모두 인수했다. 사명도 홈플러스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 승인을 받지 않았다. 민간투자법과 민간투자법시행규칙에 따르면 민간 사업자가 출자자 지분 또는 지위를 제3자에게 양도할 때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실시협상 재협상 기회 놓쳐

출자자 변경이 중요한 이유는 실시협약과 연관돼 있기 때문. 홈플러스는 아시아드 노외주차장 건설에 326억800만 원(2000년 7월 1일 불변가격 기준)을 투자했다. 할인점·영화관이 들어선 부대시설을 포함해도 총사업비는 629억 원대이다. 그런데도 50년 무상 사용을 보장받았다. 20년 안팎인 다른 민자사업 운영 기간보다 배 이상 긴 것이다. 민간자본 1조4469억 원(1999년 불변가격)이 투입된 거가대로(부산~거제 연결도로)도 사업자의 통행료 징수기간이 40년이다.

부산시의회 박중묵 의원은 "부산시가 출자자 변경 승인을 해주는 대가로 홈플러스 측에 무상사용 기간 단축 등을 요구할 수도 있었는데 기회를 놓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산시와 경남도는 2013년 거가대로 운영사인 GK해상도로(주)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자 실시협약 변경 협상을 벌여 MRG(최소운영수입보장)로 지출될 5조3579억 원을 절감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삼성테스코와 삼성물산의 지분 변동은 원래 주주들끼리의 변동일 뿐 제3자에게 양도한 것이 아니다. 또 실시협약서에는 출자자 변경에 대한 신고 또는 승인 조항이 없다"고 반박했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도 안 해"

실시협약에는 홈플러스가 예상보다 많은 수익을 낼 때 일정 비율을 환수하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도 빠져 있다. 대신 홈플러스가 50년 동안 총 581억4800만 원(2000년 7월 불변가격)을 분할해 기부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홈플러스가 2013년 부산시에 낸 기부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17억여 원. 이는 아시아드점의 연간 수익(총매출-판매원가-운영경비-기부금)인 159억여 원의 12%에 불과하다.

박 의원은 "홈플러스가 실시협약에서 정한 연간 사업수익률 9.08%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내도 부산시가 환수할 방법이 없다. 애초부터 실시협약이 부실하게 체결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금까지 아시아드점의 운영실태 점검이나 재무모델 재검토 역시 한 적이 없다. 홈플러스 측은 "사업수익률은 민간사업자의 투자비, 운영수입, 재원조달비용 등을 감안해 협상을 통하여 결정됐다. 부산시와 홈플러스는 사업수익률 달성 또는 미달에 따른 어떠한 권리나 의무도 없다. 영업실적이나 재무에 대해 부산시 감사를 받는 절차도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경실련 이훈전 사무처장은 "부산시가 불평등한 실시협약을 맺은 것도 문제지만 그동안 관리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이자 명백한 특혜"라면서 "실시협약 전반에 대한 재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빼거나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초과 수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이병선 민자사업팀장은 "담당부서가 여러 번 바뀌어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다. 실시협약 전반을 분석해 재협상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