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산땐 타 지자체 영향받아

경남도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그 예산으로 시행하려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관련 조례가 최근 경남도의회를 통과한 가운데, 김해시의회가 이 조례 제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해시에서 이 조례 제정이 무산될 경우 경남도내 다른 시·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김해시의회 사회산업위원회는 23일 회의를 열고 '김해시 서민자녀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안' 심의를 보류했다. 이날 사회산업위에 이 조례안이 상정되자 김형수(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심의를 보류하는 수정안을 발의해 전원 합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김해시의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김 의원은 "시의회가 지난해 해당 상임위인 사회산업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은 채 예비비를 서민자녀 교육지원 예산으로 의결하고, 시는 조례가 제정되지 않았는데도 지난 16일부터 읍·면·동에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은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심의 보류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남도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신청을 받고,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은 교육청의 기존 사업과 중복되며, 학생들의 급식비로 사교육을 지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김재금 의원도 "서민자녀 교육지원비 50여만 원을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서민'임을 알아야 하고, 건강보험료 납부영수증 등 16종 이상의 서류를 읍·면·동에 제출해야 하며, 공무원은 이를 입력해야 하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행정력 낭비냐"면서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김해당협위원장과 정의당 김해위원장, 녹색당 김해창당위원 등 진보진영도 이날 김해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급식 지원을 내팽개치고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를 만들겠다는 것은 차별급식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경남도지사 및 김해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도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 파기운동 시작을 선언했다. 경남운동본부는 보건복지부에 경남도와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시행에 대해 다시 협의할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현행 사회사업법상 사회보장제도와 관련된 것이어서 복지부와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 앞서 경남도는 복지부와 협의가 끝났다고 밝힌 바 있다. 경남운동본부는 복지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조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