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동 의장 "시민 뵐 낯 없어"
"안내 방송입니다. 청 내에 계시는 의원 여러분! 곧 본회의가 시작될 예정이오니 속히 의사당으로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19일 부산시의회에는 평소 들을 수 없던 내부 방송이 울려 퍼졌다. 의원들의 착석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제243차 임시회 본회의 시정질문 이틀째를 맞아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에 대한 강도 높은 질문이 이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원들의 마음은 뒤숭숭했고, 회의에 대한 집중도도 흐트러졌다. 상당수 의원이 오전 회의에 불참하더니 오후에는 전체 47명의 의원 가운데 의결 정족수인 과반을 겨우 채운 28명만이 출석했다. 전날 18일엔 거의 전원이 자리를 채웠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 질문하는 시의원이나 답변하는 공무원이나 맥이 빠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일각에서는 '박인대 쇼크'라고 불렀다.
이날 온종일 계속된 뒤숭숭한 풍경은 다름 아니라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기도 한 재선의 박인대(기장군1) 의원이 전날 검찰에 전격 체포된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본지 단독 보도를 통해 박 의원이 체포된 사실이 알려진 데다, 오전 9시께는 부산지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위해 의원회관을 전격 방문하자 시의회는 말 그대로 충격에 빠져 벗어나지 못했다.
초선의 한 의원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춘 시의원으로서 시민을 대표해 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혐의의 사실 여부는 차차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오늘 당장 외부의 지인들로부터 '어떻게 되는 거냐', '당신은 별 탈 없느냐', '시의원이 원래 그런 거냐'와 같은 전화를 너무 많이 받았다"라며 자리를 피했다.
오전 시정질문 진행을 위해 의사봉을 잡기도 한 이해동 의장은 "부산 시민을 대표하는 민의의 전당에서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실 여부를 떠나 송구하고 부끄러운 심정이다. 당장은 시민을 뵐 낯이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이날 시정질문에서는 전진영(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의원이 "동부산관광단지에 들어선 아울렛인 롯데몰 동부산점이 부산도시공사 땅을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도 도시공사가 사용료를 편법으로 면제해 줬다"고 주장하며 "특혜를 준 이유가 뭐냐"고 추궁해 주목을 받았다.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문을 연 롯데몰이 도시공사 부지 16만8000㎡를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지난 5개월간 사용료 20억3000만 원을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광회 시 문화관광국장은 "토지분양 조건에 인프라를 함께 해 주는 것으로 돼 있지만 공사 일정 때문에 그 인프라를 롯데가 직접 조성했고 그래서 상계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