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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서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월성 원전 1호기 재가동에 관한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9명의 위원 가운데 야당 추천 2명을 제외한 7명이 찬성해 월성 1호기는 2022년까지 운행되기로 결정됐다. 연합뉴스 |
- 9명 중 야당 추천 2명 제외한 7명
- 원전정책 정부 입장 거수기 전락
- 안전·가동중단 등 주요 정보도
- 당국 철저히 비밀주의로 일관
- 핵발전소 가동 대부분 국가들은
- 지자체 참여보장·정보공개 투명
- 불안감·의혹 해소 법적으로 보장
- 지역은 들러리 신세 한국과 대조
"부산 울산 시민들은 원전사고의 불안감에 떨면서도 정작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탈원전시민센터장인 동의대 김유창(산업경영공학과) 교수의 말이다.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주민들은 원자로 건설이나 폐로 결정 과정에서 아무런 권한이 없다. 부산시의회 강성태 원전안전특별위원장은 "지역은 안전 규제부터 방재까지 중앙정부의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에너지 식민지' 신세"라고 했다.
■ 신뢰 못 받는 원전정책
국내 에너지 정책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절약·홍보와 재생에너지 보급에 한정된다. 원전 정책도 중앙정부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안전 규제의 최상위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9명) 구성이 대표적이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비롯해 정부·여당 추천위원이 7명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원전이 입지한 비수도권을 대표할 위원은 없다. 야당 추천 2명을 제외한 7명의 위원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월성1호기 재가동 승인 역시 투표 결과 찬성 7표(야당 추천위원 퇴장)로 결정됐다. 심의 시간은 3차례 회의에 약 40시간이 전부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 새로운 안전규제 기준에 따라 가장 빨리 재가동 허가를 받은 센다이 핵발전소도 신청 후 허가까지 14개월이 걸렸다. 재가동 전까지 추가적인 공사계획·보안지침의 확인·설비점검 등이 필요해 실제 재가동까지는 '최소 8개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단체들은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 결정이 얼마나 성급하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판한다.
새누리당 배덕광(해운대기장갑)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원자력 설치법 개정안'도 여전히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원전 소재 5개 단체장의 원안위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 의원 측은 "정부의 '에너지 분권'에 대한 의지가 법안 통과의 중요 변수"라고 말했다. 기장군의회 이현만 의원은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 주민 대표가 최소 한 명씩이라도 원안위에 참여했다면 월성1호기 재가동은 불가능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원안위는 또 상근만으로 구성되는 미국·일본 등의 원자력규제위원회와는 달리 비상근 위원이 7명으로 다수를 점하고 있다.
야당 추천인 김혜정 원안위 위원은 "발전사업자가 모든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시민이 원전사업자를 직접 감시·통제한다면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은 불가능하다. 원전 추가 건설도 어렵다"고 말했다.
■"원전, 비밀주의에서 벗어나야"
핵발전소 지역에 설치된 원자력안전협의회 활동도 제약이 많다. 당장 원자력안전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법적 취약성이 크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사이버 공격 위협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25일에는 고리 주민들이 아무런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불안에 떨기도 했다. 당시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난 강주훈 기장원전운영협의회 위원은 "정부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걱정이 돼 잠을 못 이뤘다"고 말했다. 당시 신재환 신고리원자력안전협의회 위원장도 "원전 당국이 '비밀주의'에서 벗어나 투명한 정보 제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원자력투명화법은 '발전 사업자는 정책을 지역정보위원회(CLI)와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CLI의 위원 절반 이상은 지역 선출직 대표로 구성된다. 독일은 란트(주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핵발전소 운영 변경 또는 시설을 폐기할 수 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자치단체와 중앙기관에서 분리된 독립기관의 위상을 갖고 감시자 역할을 한다. 또 통합문서열람관리시스템(ADAMS)을 통해 원전 운영 정보를 문서화해 공개한다. 캐나다는 원전 수명연장 8~10개월 전에 주민들에게 공지를 하고 시민이 요청하는 정보는 종류와 상관없이 모두 제공한다. 비전문가들이 자료 해석을 위해 전문가를 고용하는 비용(2만5000달러)까지 제공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서토덕 원전안전특별위원장은 "주민에게 가장 도움되는 정책은 있는 그대로의 '정보공개'"라며 "꽁꽁 감춘 상태에서 '안전하다. 깨끗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누구도 원전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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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원전 사용후 핵연료 저장 포화비중과 시점(2013년 12월 말 기준, 자료=한국수력원자력) |
# 원전 소재한 5개 지자체 위험성 고려, 핵연료보관세·반값전기료 도입해야
- 저준위 방폐장 경주는 국고 지원
- '고준위' 보관 지역은 제외 모순
- 사회갈등 시달리는 전력 생산지
- 소비지와 차등, 요금인하 바람직
원자력발전소 입지 지역에 대한 '반값 전기료' 도입과 '사용후 핵연료세' 신설을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을 비롯한 5개 자치단체는 지난 1월 전남 영광군청에서 제17차 행정협의회를 열고 핵발전소에서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보관수수료 신설 공동 추진에 합의했다. 또 정부가 징수하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부담금'의 30%를 자치단체로 이관하라고 촉구했다. 이렇게 되면 5개 자치단체는 매년 총 1000억 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행정협의회는 "경북 경주시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이 있다는 이유로 막대한 국고를 지원받는다. 반면 더 위험한 고준위 폐기물(사용후 핵연료)을 보관하는 원전 소재 자치단체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방폐장을 경주에 만들면서 3000억 원의 특별지원금에다 3조4000억 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매년 사용후 핵연료 관리부담금 수천억 원을 징수하고서도 원전 소재 자치단체에 나눠주지 않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는 지난해 말 현재 37만7860다발이 각 원전에 임시 보관돼 있다. 정부는 내년 말 발전소 내 임시 저장소 포화상태가 예상되자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대책을 마련 중이다.
반값 전기료는 국내 최대 핵단지인 부산·울산·경남의 숙원 사업이다. 전력 생산량이 수요보다 많은 도시와 전력이 부족한 도시의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원전이 집중된 부산·울산의 환경단체는 "원전의 위험까지 고려할 때 반값이 적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 주장의 근거가 될 만한 정부 용역 결과도 나왔다. 한국전기연구원이 지난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의뢰로 수행한 '전력계통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합리적 가격신호 제공 연구'가 그것이다. 전기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력 수요처의 40%가량이 서울·경기에 밀집해 있지만 전력자급률은 2013년 현재 4.7%(서울)~29.6%(경기)에 불과하다. 모자라는 전력은 인천·충청과 영호남에서 끌어다 쓴다. 결국, 수도권은 송전손실과 송전선로 건설비를 유발하는 당사자이면서도 비수도권과 같은 요금을 내고 있고, 혐오시설인 발전소와 송전시설 건설로 사회적 갈등에 시달리는 지방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역별 차등요금제로 전환하면 전력자급률이 높아 송전손실을 유발하지 않는 지역의 전기요금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전기연구원이 송전손실을 반영해 산업용(계약전력 154㎸ 이상) 전기요금을 재산정한 결과 서울은 지금보다 ㎾h당 3.74원 오르는 반면 자급률이 223%인 전남은 3.84원 내리는 효과가 나타났다.
용역에 참여한 건국대 박종배(전기공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을 차등화하면 비수도권의 기업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성대 김해창(환경공학과) 교수는 "요금을 차등화하면 수도권에 친환경 발전설비가 늘어나는 대신 비수도권의 원전 건설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