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화·문자메시지 기록 비롯해
- 함께 술 마신 행위까지도 포함
형법의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민법의 이혼사유인 '부정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법상의 '부정행위'는 간통을 포함, 부부 간의 정조의무를 위반한 내역 전반을 인정하고 있어 직접적 성교행위를 결정적 증거로 처벌하는 옛 간통죄보다 귀책사유 등 범위가 넓다. 법원은 특히 수차례 통화 및 애정이 남긴 문자메시지 기록은 물론 불륜 의심 여성의 집에서 나오거나 술을 마신 행위까지도 부정행위로 봤다.
2일 부산가정법원에 따르면 A(50) 씨는 보험 판매를 하면서 알게 된 B(여·53) 씨와 자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A 씨의 부인(46)은 집 인근에서 A, B 씨가 손을 잡거나 팔짱을 낀 모습과 승용차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했고, 이에 A 씨는 모든 경제권을 부인에게 양도하고 용서를 비는 각서를 썼다. 하지만 A 씨는 이후에도 B 씨와 수시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문자메시지에는 '자기'라는 호칭과 애정표현이 담겨 있었다. 법원은 A 씨 부인의 이혼 청구소송에서 "A 씨가 B 씨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애정표현이 담긴 연락을 주고받고 자주 만나 술을 마신 행위는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부정행위라 할 수 있다"며 "부정행위는 간통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간통에 이르지 않았다 해도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 씨는 1000만 원을, 또 B 씨와 연대해 또 다른 1000만 원을 A 씨 부인에게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C(60) 씨는 2004년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D 씨를 알았다. 그러다 2012년 C 씨의 부인은 남편의 위치추적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설치했는데, C 씨가 귀가하지 않는 때에 위치가 D 씨의 주거지 인근인 것이 다수였다. C, D 씨는 수백 차례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이른 아침과 늦은 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법원은 C 씨의 이 같은 행위를 부정행위로 판단해 이혼과 함께 부인에게 위자료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법원은 내연녀와의 성관계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E(44) 씨가 제기한 이혼소송에서는 위자료 청구를 기각했다. E 씨의 남편(45)은 내연녀(47)와 성관계 전 딸과 통화를 하다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이 전화상으로 노출돼 들통이 났다. 법원은 "내연녀와의 성관계가 혼인관계를 파탄으로 이르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들 부부가 혼인 기간 내내 주말부부 생활을 하다 완전히 별거에 이른 뒤 오랜 기간 혼인관계 유지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점에서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을 어느 일방에게 물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