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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육아휴직에 들어간 공무원 정차연 씨가 27일 부산 사상구 학장동 자택에서 7개월 난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민철 기자 |
- 선구자 육아남들은 말한다
- "용기를 낼 가치가 있다"고
정차연(42·부산 남구청) 씨는 지난해 10월 힘든 결정을 내렸다. 사기업에 다니는 아내가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데다 아이를 맡길 보육시설도 마땅찮자 1년간 육아휴직을 냈다. 처음에는 여러 생각이 많았지만 요즘 7개월 난 아들을 돌보는 정 씨의 얼굴에는 '아빠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엇으로도 보상받지 못할 기쁨을 선사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17개월 된 아들을 돌보는 정현일(32·부산시청) 사무관도 지난해 8월부터 여섯 달의 육아휴직에 돌입했다. 그는 중앙정부 공무원인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나면서 고심 끝에 휴직했다. 막상 일터를 떠나 아이를 보살피며 '육아의 기쁨'을 깨달은 그는 최근 육아휴직을 6개월 연장했다. 그는 "경력과 승진에 대한 압박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아이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줄 수 있다"며 "돌이켜 보면 육아휴직을 낸 초기, 이웃의 시선이 신경 쓰여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당당한 남성 육아휴직자도 많지만 대부분 남성이 육아휴직을 내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난 23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현행 남성 공무원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남녀가 육아 부담을 동등하게 나누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2011년부터 3년간 육아휴직을 신청한 부산시 및 구·군 남성 공무원은 54명인 데 반해 여성공무원은 21배가 넘는 1149명에 달한다.
당연한 권리인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보니 '남성의 육아'는 아직 낯선 일이다. 육아휴직 뒤 돌아오는 '보이지 않는'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도 만만찮다. 최근 고민 끝에 결국 육아휴직을 포기한 공무원 김모(40) 씨는 "6개월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위해 수백 번의 고민이 필요했다. 3년의 육아휴직은 사실상 직장을 그만둘 수 있다는 의미"라며 "3년으로 늘리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1년이라도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부산지역 '남성 공무원 육아휴직 1호'로 화제를 모았던 이건표(사상구청 환경위생과) 주무관은 요즘에도 성년이 된 딸과 당시 이야기를 나누면 절로 웃음이 난다. 그는 "당시 유치원에 다녀오는 딸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며 "다시 같은 상황이 오면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와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데다 휴직을 통해 자연스레 남성도 가사를 분담하게 된다"며 "기회가 닿으면 남성공무원도 꼭 육아휴직을 사용해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요청한 육아휴직 남성 공무원 대부분은 말을 아꼈다. 그나마 공무원이기에 가능했던 육아휴직이 사기업에서는 몇 배나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전혜숙 선임연구위원은 "남성공무원의 육아 휴직 기간을 늘리는 것에 앞서 공동육아에 대한 의식을 강화하고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직장 내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또한 봉급의 40%에 불과한 휴직급여를 현실화해 생계 걱정 없이도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