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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가운데) 헌법재판소장 등이 간통죄 위헌 여부 선고를 진행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 고조선 때부터 존재한 법
- 앞으론 형사고소 못해
- 민사 가사소송 급증 전망
- 불륜 조장 우려 높아
- 법원도 보완적 차원서
- 위자료 액수 높일 듯
헌법재판소가 26일 간통죄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간통은 더는 '죄'가 아니다. 고조선 때부터 존치했던 간통에 대한 처벌이 사라지면서 사회적 혼란은 물론 이혼소송 등 가사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간통죄 위헌 결정을 하면서 "혼인제도 및 부부간 정조의무 보호라는 공익이 더는 심판대상 조항을 통해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반면, 해당 조항은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법익 균형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대한민국史와 함께한 간통죄
현행 형법상 간통죄가 신설된 것은 1953년이지만, 그 기원은 민족의 역사와 함께할 정도로 유구하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간통죄는 우리 민족 최초의 법인 고조선의 '8조법금(法禁)'에서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통설"이라고 소개했다.
1905년 공포된 대한제국 형법대전에서 유부녀가 간통한 경우 그와 상간한 사람을 6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현행 형법상 간통죄는 남녀평등처벌주의에 따라 부인의 간통뿐 아니라 남편의 간통도 처벌하도록 '쌍벌죄'로 정한 것이 전과 다른 특징이다.
앞서 대법원은 1952년 부인의 간통만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법전편찬위원회는 1953년 당시 일본 형법에 남아있는 간통죄를 선구적으로 폐지하고자 했으나 정부는 간통죄가 포함된 초안을 국회로 넘겼다. 당시 국회의원 110명 중 과반수에서 단 한 표가 많은 57표의 찬성으로 정부안이 통과됐다.
■가사소송 및 위자료에 영향
부산지역의 한 변호사는 "간통죄가 있을 때는 수사기관에서 부정한 행위의 증거를 수집해 법원에 넘겼다"며 "이제는 변호사가 증거를 직접 많이 모으려 하면서 법원의 증거수집 방법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배우자가 모텔에서 간통을 저지르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모텔 주인에게 협조를 받고 배우자가 객실로 들어갈 때 입회해 증거물 수집과 유전자 감식 등을 해왔다. 하지만 이날 위헌 결정으로 경찰관의 출동 의무도 사라졌다.
반면 형사 고소가 불가능해지는 대신에 위자료 청구 등 민사 가사 소송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 관계자는 "간통죄 증거는 가사소송에서 확정적 증거가 됐다"며 "앞으로는 가사소송의 증거조사 절차가 좀 더 길어지고 집중적으로 심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혼소송에서 위자료 액수를 높이는 등 법원이 후속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그동안 법원은 간통죄로 형벌을 받거나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으면, '이중처벌' 소지를 줄이기 위해 위자료를 많이 책정하지 않는 경향도 보여왔다. 간통죄가 폐지되면 이런 감경 요인이 사라져 위자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민법 '부정 행위' 범위 더 넓어
민법 840조는 이혼 청구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로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이혼 사유인 '부정행위'는 간통죄보다 폭넓게 인정된다. 부부 사이에 신뢰가 깨졌다고 할 정도의 상태를 입증하면 된다. 원래 간통죄의 처벌 대상은 직접적 성교행위다. 이 정도로 심한 상황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통화기록이나 문자메시지 등 불륜의 증거가 있으면 충분히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부부관계의 파탄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지는 민법 체계상 '간통죄 유죄'는 상대 배우자의 잘못을 입증하는 동시에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더 받아낼 수 있는 주요 수단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법정에서의 간통죄 기능은 약화됐다. 간통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고, 구속기소도 사실상 사라졌다.
◇ 간통죄 기소 현황 (2008. 11~2015.1)
불구속 99.6%
구속 0.4%
총 5466명
※자료=대검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