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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부산외국어대학교가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1주기를 맞아 체육관에 마련한 분양소에서 고 김진솔 씨의 아버지가 고인의 영정을 쓰다듬고 있다. 홍영현 기자 |
# 故 김진솔 씨 父 김판수 씨
- "딸아이 사진볼 때마다 눈물
- 수면제 없인 한 시간도 못 자"
# 중상 입고 휴학 여학생 母
- "무심코 던진 말에 아이들 상처
- 차라리 사람들이 잊었으면"
# 구조 후 28번 수술 학생 母
- "뛰어내리고 싶다는 말에 철렁
- 학교 돌아가는 모습 보고싶어"
"사고 이후에 많은 일이 생겼지만 바뀐 것이 없습니다.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딸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 체육관. 체육관 1층에 마련된 추모관에 지난해 2월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김진솔(여·당시 20세·태국어과) 씨의 아버지 김판수(56) 씨가 찾아왔다.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딸의 사진 앞에 헌화한 뒤 한동안 사진 속 딸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내 딸의 사진을 한번 쓰다듬고는 딸과 함께 목숨을 잃은 다른 학생들의 사진을 한 차례 살펴보고 바깥으로 나왔다. 체육관 바깥에는 졸업식을 맞아 많은 학생이 들뜬 모습으로 가족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 딸의 빈자리가 한없이 크게 느껴졌다.
지난해 사고가 난 이후 김 씨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한 달에 두 번가량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약 없이 10분도 잠들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한 시간가량은 잘 수 있다. 김 씨는 "시간이 지나면 딸 생각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다른 유가족들도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입원을 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실 책상 위에 딸의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일도 손에 안 잡힌다"며 "의사는 약을 먹지 말라고 하지만 정신과 치료 외에도 수면제 신경안정제 위장약 빈혈약 등의 힘으로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딸을 위해 살아왔는데 내가 가진 꿈은 모두 접었다"며 "더는 무슨 낙으로 살아가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를 경험한 가족들은 대부분 아직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지 못했다. 여학생 최난희(가명) 씨는 사고 당시 무너지는 체육관 건물에 깔려 골반을 심하게 다쳤다. 수술과 물리치료 등으로 이제 걸을 수는 있지만 완전히 낫지는 않았다. 봄이 오면 복학해야 하지만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크다. 이런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찢어진다. 최 씨의 어머니는 "딸과 함께 며칠 전에도 학교를 찾아갔는데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 내 손을 꽉 잡더라"며 "지금도 사고 이야기를 꺼내면 얼굴이 벌게지고 금세 눈물을 흘린다"고 가슴 아파했다.
어머니도 아직 사고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최 씨의 어머니는 "사고 당시 중상을 입은 학생들 엄마끼리 모임을 하고 있는데 그 엄마들 대부분이 조그만 사고에도 심장이 심하게 뛰는 등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는 딸이 살아주기만을 바랬는데, 걸을 수 있게 될 정도로 몸 상태가 호전됐지만 이젠 정신적인 상처가 더 걱정"이라며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하고 가족에게도 아픔을 말하지 못하고 있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사고를 금방 잊어서 서운하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차라리 사람들이 빨리 잊었으면 좋겠다"며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이 오히려 다친 아이들한테는 사고 당시를 생각나게 해 엄청난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장연우(여·21·미얀마어과) 씨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당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3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사고 당시에는 피를 많이 흘리고 동상으로 피부 괴사까지 일어나 이틀에 한 번꼴로 대수술을 받았다. 또 피부 이식 수술만 20여 차례 받는 등 1년여 동안 28차례 크고 작은 수술을 견뎌냈다. 아직 옆으로 돌아눕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 마약성 진통제를 계속해서 맞고 있다.
장 씨의 어머니 이정연(53) 씨도 1년째 딸의 곁을 지키며 병간호를 하고 있다. 정신적인 충격이 커 간호인을 쓸 수도 없어 1년 새 이 씨의 몸도 많이 상했다. 이 씨는 "딸이 얼마 전부터는 답답하다며 뛰어내리고 싶다는 말까지 자주 한다"며 "연우가 하루빨리 학교로 돌아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한숨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