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환(오른쪽)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고용법률실장이 12일 울산지법에서 열린 현대중 통상임금 판결 이후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조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합뉴스

- 정기성·일률성·고정성 갖춰
- 使 "판결 아쉬워…항소 검토"

- 근로기준법 적용 단서
- 가이드라인 가능성 높아
- 수천억 원씩 추가 부담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했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지만 조선업계에 미칠 파장에 재계와 노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산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이승엽 부장판사)는 12일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상여금 700%와 설·추석 상여금 100% 등이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며 2012년 임금 소급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또 현대미포조선 근로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 역시 800%의 상여금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결 했다.

재판부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는 상여금이 정기성(정기적인 지급), 일률성(모든 근로자에게 지급), 고정성(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해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는 당연 지급)을 갖춘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의 경우 상여금 지급 대상에 관한 제한규정 없이 전 종업원에게 지급하고 퇴직자에게도 일할 계산 지급하는 등 판례에 따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요건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명절 상여금과 관련해 "급여세칙상 상여금은 퇴직자에게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것은 요건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의 상여금은 2개월마다 100%씩 총 600%, 연말에 100%, 설과 추석명절에 각 50%씩 모두 800%를 전 종업원과 퇴직자에게 일할 계산해 지급하지만 명절 상여금은 재직자에게만 지급해 왔다. 회사가 주장한 신의성실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지난해 저수익성, 원화 강세, 중국 등 경쟁회사 출현 등의 이유로 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됐지만 이를 신의칙 위반 인정사유로 삼아 원고들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판결에 따른 임금 소급분은 최소 기준인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는 회사 측 입장을 반영한 판결로 해석된다. 법정수당만 인정하고, 약정수당이나 근기법을 초과해서 지급하는 돈은 제외돼 임금 소급분이 전체 금액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소송 판결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회사 측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전체 임직원이 2만7000여 명임을 감안할 때 2009년부터 지금까지 4년6개월치인 6000억 원에 정도로 추산된다. 직원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최고 6000만 원대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아쉬운 점이 많은 판결"이라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다른 조선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판결내용이 조선사들의 통상임금 가이드라인이 될 소지가 높다. 이럴 경우 가뜩이나 업계의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업체들은 수천억 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당장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은 이번 판결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통상임금과 관련해 노사가 동종업계의 소송 결과를 기준으로 다시 협상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특히 설과 추석에 지급되는 상여금이 200%나 돼 현대중공업 판결을 적용하면 회사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말 임협을 체결하면서 통상임금 논의는 일단 연기해둔 상태다. 현재 통상임금과 관련해 소송 1건이 진행 중인데 이번 판결로 사측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