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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청년을 구출하라 <4-1> 청년과 마을- 청년에게도 공공임대주택을

20대 가구주 3%만 공공임대 입주…기숙사(부산 4년제 대학) 수용률도 울산의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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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4년제 대학 기숙사 수용률이 전국 7대 도시 중 6위에 그치고 있다. 사진은 부산의 한 대학 기숙사 전경. 홍영현 기자
- 전국 주거빈곤 청년 139만명
- 부산 사는 2030세대 중
- 1인 가구 비중 30% 넘는데
- 임대 입주자격 얻기 까다로워

- 공공 셰어하우스 예산도 삭감
- 기숙사 수용률은 13% 그쳐
- 대학 공동기숙사 등 서둘러야

대한민국 4가구 중 한 가구는 1인가구인 시대다. 모든 연령에 걸쳐 혼자 사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2010년 기준)를 보면 1인가구의 38.7%가 30대 이하 청년층이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2030세대는 '주거 빈곤'에 허덕인다. 2013년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득 1분위인 20대 임차가구의 가계지출 대비 주거비 비율은 37.8%에 달했다.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청년가구의 주거실태와 정책연구'에서 "전국 청년의 14.7%가 주거 빈곤 상태다. 주택법이 정한 최저 주거 기준 미달인 주택과 지하·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서 사는 청년이 전국에 약 139만 명"이라고 지적했다.

■청년 위한 공공주택은 없어

뇌병변 장애 2급인 장애인 활동가 고숙희(여·23) 씨는 국민임대주택 입주가 올해 목표다. 지금은 부산 남구 대연동의 원룸에서 산다. 5개월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산도시공사에 신청서를 넣고 기다리는 중이다. 대기자가 너무 많아 언제 입주할 지는 기약은 없다. 대기 번호는 각각 47번과 49번이다. 고 씨는 "장애인도 공공임대주택 입주가 어려운데 비장애인 청년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통계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산 20대 가구주의 공공임대주택 거주 비율은 3%(2011년 기준) 수준이다. 30대 가구주까지 합쳐도 18.5%에 불과하다. 반면 2030세대의 1인가구 비중은 30%를 넘는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정부의 주택정책에서 청년은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도 저소득층이나 장애인·소년소녀가장·북한이탈주민에 초점을 맞췄다"고 진단했다.

부산 청년들은 공공임대주택 입주가 더 힘들다. 최근 5년(2009~2013년)간 부산에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총 1만5723가구로 인구가 적은 인천(3만3496가구)의 47%에 그쳤다.

반면 부산의 기초생활수급권자는 8만2379가구(12만8965명)로 전체 공공임대주택(5만7749가구)보다 많다. 차상위계층까지 포함하면 수요가 공급을 몇 배 초과한다. 고 씨 말대로 청년 1인 가구주에게 공공임대주택은 잡을 수 없는 환상이다.

신혼부부용 행복주택도 2018년께나 공급될 예정. 행복주택은 철도·공공유휴지에 아파트를 지어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정책이다. 지난해까지 확정된 행복주택 사업지구는 전국 47곳. 부산에서는 3개 사업지 1666가구가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문제는 행복주택의 수도권 집중이다. 가구 수 기준으로 3만621가구의 64.5%인 1만9776가구가 서울·경기·인천에 배정됐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공약인 '공공형 셰어 하우스' 예산 13억 원도 지난해 부산시의회에서 삭감됐다. 셰어 하우스란 다세대 주택에서 여럿이 함께 살면서 침실은 따로 사용하고 주방·욕실·거실 등은 함께 사용하는 공유주택을 말한다.

노동계의 숙원이던 근로자 전용 공공기숙사는 올해 처음 등장한다. 부산시는 국·시비 62억 원을 투입해 신평장림공단에 지상 6층 규모의 원룸을 연말 완공한다. 객실 60실에 수용 인원은 120명. 박순훈 부산시 노사정책사무관은 "공장 밀집지대인 강서·사상구와 기장군에도 공공 기숙사 수요가 많다. 그러나 예산·부지 확보가 어려워 추가 건립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대학 기숙사 수용률 하위권

경남 산청이 고향인 부경대 3학년 이모(21) 씨는 새 학기만 되면 한숨이 나온다. 지난해 1.8 대 1의 기숙사 경쟁률을 뚫지 못하고 원룸에서 1년을 보내 경제적 부담이 컸다. 부경대·경성대·동명대가 몰려 있는 남구 대연동의 원룸 시세는 33㎡ 기준으로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선. 전용면적은 15㎡(5평)밖에 안돼 친구와 같이 쓸 수도 없다. 방 하나에 거실이 딸린 60㎡의 '투룸'은 월세가 50만~60만 원으로 껑충 뛴다. 이 씨는 "등록금은 부모님에게 의존하고 월세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다. 기숙사는 신입생 위주로 배정돼 고학년은 입주가 힘들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전·월세 세입자 대학생 1006명 중 72.2%가 '전·월세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월세 세입자들은 평균 1418만 원의 보증금과 평균 42만 원의 월세를 내고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4년제 대학 기숙사 수용률(수용인원/정원)은 평균 13.1%를 기록해 전국 7대 시·도 중 6위에 그쳤다. 부산의 2년제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0.5%로 전국 평균 12.2%에 비해 1.7%포인트 낮았다.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은 햇살둥지 사업의 인기에서 잘 나타난다. 햇살둥지란 빈집을 리모델링해 주변 시세의 반값에 임대하는 주택이다. 임대료는 가구당 보증금 100만 원에 윌 15만~20만 원. 지금까지 총 269동이 공급됐다. 대학가 주변의 햇살둥지 경쟁률은 수십 대 1에 달한다.

대학생 주거난이 심각해지자 국토교통부도 연합(행복) 기숙사 확대에 나섰다. 부산에서는 부경대와 동의대가 지난해 국민주택기금 융자를 받아 각각 1500여 명이 입주할 수 있는 공동기숙사를 착공했다. 두 기숙사가 모두 완공되면 부산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동의대 김종건(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주거문제는 단순히 높은 주거비 부담이나 열악한 주거의 질 차원이 아니다. 심각한 주거문제는 청년들이 결혼·출산 등을 늦추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부산대 김영(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다양한 삶을 추구하려면 정주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당장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어렵다면 민관이 협력해 공공기숙사라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월세 20만원 공동체 '잘자리'

- 빈집 고쳐 함께 써요…청춘들 특별한 동거

   
지난 3일 주거공동체 '잘자리' 입구에서 입주자 오용택 씨가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부산 수영구 수영교차로 근처의 '잘자리'는 지난해 2월 문을 연 '신개념 공유주택'이다. 66㎡(20평) 규모의 2층 주택에 대학생과 직장인 청춘 남녀 6명이 함께 산다. 방 3개 가운데 2개는 침실로 쓰고 1개는 서재로 꾸몄다.

지난 3일 '잘자리'의 현관문을 열자 부산대 사회학과 4학년인 오용택(27) 씨가 반겼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그는 이달 1일 이사를 온 새내기 입주민이다. "유학생활을 하며 원룸촌 반지하에서 6년을 살았어요. 돈이 없었으니까. 여기는 월세가 싸고 볕도 잘 들어 여름철 곰팡이 걱정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그에게 볕보다 더 좋은 건 '누군가와 함께'라는 점이다. "혼자 살 때는 외로웠죠. 마음 맞는 사람과 부대끼며 살고 싶었습니다. 잠들기 전 모두 거실에 모여 앉아 맥주 한잔하면서 그날 겪은 일에 대해 얘기하고…. 제가 꿈꾸던 일상입니다. 대학생들이 주인공인 시트콤 같다고 할까요."

잘자리는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진행된 '빈집 프로젝트'의 부산판이다. 빈집 프로젝트는 임대한 집을 고쳐서 여러 사람이 나눠쓰는 공유주택을 말한다. 청년 자립을 가로막는 주거비 부담과 빈집을 연결한 아이디어다. 생태교육협동조합 '온배움터'의 이홍우(26) 씨가 잘자리 탄생의 산파 역할을 맡았다. 이 씨는 주거공동체의 의미를 두 가지로 짚었다. "평생 사야 할 것 중 가장 비싼 게 집이잖아요. 내집마련 욕심만 버리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어요. 여러 사람이 살면서 공동체 문화도 배울 수 있지요."

잘자리의 관리비와 임대료는 입주자가 똑같이 나눠낸다. 수도세 등 공과금을 합쳐 1인당 20만 원 안팎이다. 입주자가 늘수록 월세 부담도 줄어든다. 1000만 원 상당의 보증금은 빈집 프로젝트에서 운영 중인 공동체은행 '빈고'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오 씨와 같은 입주자는 '장기 투숙자'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도 방이 비면 하루 단위로 묵을 수 있다. 숙박료는 하루 7000원이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조식이 나오지 않고 방은 직접 청소해야 한다. 오 씨는 "관리하는 주인과 머물다 가는 투숙객의 구분이 따로 없다는 의미"라며 "이곳에 하루 머물면 누구라도 공유주택의 개념을 체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씨는 청년 주거 문제에 관심이 많다. 지난달 27일 열린 '부산공유경제 시민허브'에서는 청년들의 주거형태에 대해 강연했다. "보통 세입자들은 통풍과 방음, 사생활 보호 등 필수 조건을 무시하고 통학·통근에 유리한 집을 찾는 경향이 있어요. 집은 안정감을 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합니다. 주변과 소통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주거공동체'가 청년 주거문화의 대안입니다."

오 씨는 오는 8월 졸업하면 빈집 프로젝트 상근 활동가로 일하고 싶어한다. "제대로 자리잡은 서울의 '공유주택'을 3개월 정도 공부하고 부산대 앞에 '잘자리' 2호를 내려고 합니다. 맥주 양조장도 만들어 손님이나 입주민들과 기분 좋게 맥주를 나누고 싶어요." 글·사진 김화영 기자
# '반값 원룸' 공급 청년이 나섰다

- 다가구 주택 통째 빌려 재임대
- 서울 민달팽이유니온 권지웅 대표, 최근 2호점 열어

   
민달팽이유니온 권지웅 대표가 최근 문을 연 2호 민달팽이집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세대 주거 문제해결을 위한 모임이다. 다가구 주택을 통째로 임대해 조합원들에게 재임대하는 주거 협동조합도 운영한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민달팽이집 1호점'에 이어 최근 2호점이 문을 열었다. 지금은 10가구에 16명이 산다. 침실을 제외한 부엌과 욕실은 두 명이 나눠쓴다. 공간을 '공유'하는 대신 임대료는 시세의 60% 수준이다. 보증금 50만 원에 월세 20만 원대.

민달팽이 권지웅(27) 대표는 "사생활 보호가 안 되는 한 평(3.3㎡)짜리 고시원도 월세가 30만 원이 넘는다"면서 "정부의 주택정책에서 소외된 청년(만 19~39세)들이 직접 임대주택을 공급하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건물 임대료 7억 원 중 5억 원을 사회투자기금에서 저리로 융자해줬다.

민달팽이유니온의 특징은 입주자 커뮤니티이다. 조합원들은 매달 한 번씩 모여 밥을 먹으며 '어떻게 하면 더 잘 수 있을지' 토론한다. "조합원들도 월세를 내는 세입자이지만 행복해합니다.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을 누가 먹었느냐' 등 작은 갈등이 없지는 않지만, 이런 게 사람 사는 냄새 아닌가요."

권 대표는 부산 출신이다. 서울 유학생활을 하며 경험한 '주거 빈곤'이 그를 청년 주거운동으로 끌어들였다.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정원의 10%대에 불과합니다. 고학년이 되면 내쫓기다시피 기숙사에서 나와야 해요. 학내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주거권 네트워크'라는 동아리를 만든 뒤 공인중개사 초청 상담회와 자취생 이사지원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갔습니다."

공공기숙사와 행복주택 확대를 요구하던 권 대표는 2011년 민달팽이유니온을 설립했다.

또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월세 상한제 및 공정 임대료 도입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충 ▷주거복지 기본조례 제정 ▷지역별 주거복지센터 설치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담은 5대 주거정책 공약 채택 캠페인을 전개했다.

"모든 세대에 걸친 주거 빈곤율은 점차 떨어지는데, 유독 청년층만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등록금은 오르고 부동산 가격도 올랐는데, 취직률은 떨어지고. 정부의 주거정책도 세입자보다 소유권에만 치우쳐 있어요. 민달팽이집은 사는(buy) 집이 아니라 사는(live) 집에 초점을 맞춘, 주거문화의 새로운 대안입니다."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은 권 대표의 또 다른 직함이다. 청년 모임인 '청년정책네크워크'에서 제기된 정책들을 서울시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권 대표는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청년세대가 처한 현실은 비슷하다. 청년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금처럼 개인들이 각개전투하는 식으로는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 글·사진 김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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