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을 앞두고 허위·미끼 매물이 판치고 있다. 부동산 시장 거래 침체가 계속 이어지면서 중개업자들이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있지도 않은 매물을 올려놓는 것이다.

김모(33) 씨는 최근 인터넷 포털 부동산을 통해 아파트를 찾던 중 마음에 쏙 드는 매물을 발견했다. 기장군 기장읍에 있는 H 아파트로 정남향인 데다 아파트단지 입구 첫 번째 동이라 빛이 잘 들어오는 곳이었다. 층수도 13층으로 로열층에 속했지만 면적 76㎡에 1억2600만 원으로 시세와 비교하면 2000만 원가량 쌌다. 바로 달려갔지만 중개업자는 집주인과 말해보겠다며 기다리라고 하더니 이틀 전에 팔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개업자는 여기보다 좋은 물건이라며 다른 매물을 여러 번 소개했다. 결국 김 씨는 같은 면적대인 동향 아파트를 1억4000만 원에 계약했다.

김 씨는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아파트 매물을 구경하다 '아차' 싶었다. 팔렸다던 아파트가 버젓이 매물로 올라와 있었던 것. 김 씨가 항의하자 처음에 발뺌하던 중개업자가 "업계의 마케팅 관행"이라는 황당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정보를 얻는 사람이 늘면서 인터넷 부동산 시장도 커지고 있다. 업소 간 경쟁도 치열해져 일단 '가짜 매물'을 올려놓고 손님이 방문하길 기다리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런 매물이 넘쳐난다.

중개업자들이 허위매물을 계속 올리는 데는 적발이나 처벌이 쉽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 한국소비자원 부산본부 담당자는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중개업소가 허위광고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허위매물로 신고하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시정명령·과징금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게 돼 있지만 실제로 조치가 이뤄지는 사례는 드물다.

한 공인중개업자는 "조건이 좋은데 시세보다 싸게 올라왔다면 허위매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동산 거래는 발품을 파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