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직 연봉제 도입도 불신
- 재협상 타결 전망도 어두워

20년 만에 파업까지 벌이며 해를 넘겼던 현대중공업 임금 및 단체협상이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됨에 따라 회사의 경영 및 노사 상황이 올 한 해도 그다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회사는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 넘긴 임단협에다 올해 임단협까지 타결지어야 하는 이중부담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군소 현장조직이 집권한 탓에 그렇지 않아도 입지가 약한 노조 집행부가 이번 투표 부결로 더욱더 동력을 잃게 된 것도 향후 재협상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요소다.

이번 부결은 투표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비록 노사는 장장 7개월 동안 장고를 했고 노조는 20년 만에 파업을 벌이며 회사를 압박한 끝에 힘겹게 잠정합의에 성공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합의안 가운데 특히 임금 부문에서 만족하지 못한 게 부결의 결정타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투표자 1만5632명(전체 조합원 1만6762명·투표율 93.26%) 가운데 찬성이 5183명(33.16%)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반대가 찬성의 배에 달하는 점에 비춰볼 때 합의안에 대해 조합원들의 불만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사 간에 당초 제시했던 임금인상안 격차가 너무 컸는 데도 결국 회사 측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조합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노조는 임금과 관련해 기본급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5만 원으로 인상, 성과금 250%+α지급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직무환경수당 1만 원 인상, 상품권(20만 원), 격려금 150%(주식 지급)+200만 원 지급 등에 그쳤다.

여기에다 잠정합의 후 일부 강성 노선의 현장 노동조직 뿐 아니라 일반 조합원들까지 부결운동에 나선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또 회사가 과장급 이상 연봉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실질적으로 급여가 깎여질 것을 우려한 중견 관리직 간부들이 조합원 설득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 상황으로 볼 때 향후 임금 및 단협 재협상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회사는 현 경영상황을 고려할 때 재협상에서 파격적인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기대치는 여전히 높고 이미 한 차례 실패한 집행부는 동력을 회복하기도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재협상 부결 시나리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경우 현대중공업 노사협상은 지루한 소모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게 지역 노동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