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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선 부산경찰청장. 국제신문 DB |
2014년 마지막 날 '부산경찰청 관광경찰대 홍보대사 위촉식'이 열렸다. 처음으로 권기선 부산경찰청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봤다. 이날 권기선 부산경찰청장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이대호 선수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대호 선수는 권기선 부산경찰청장에게 직접 사인한 야구공과 배트, 글러브 등을 선물했다. 사회자가 사진촬영을 위해 권 청장에게 배트를 휘두르는 포즈를 제안했다. 권 청장은 웃으며 바로 포즈를 취했다. 객석의 시민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꽤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무섭고 딱딱할 것만 같은 부산경찰청장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은 깨졌다.
부산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부산경찰청장이라는 자리의 무게는 남다르다. 부산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즉 1급 공무원에 해당한다. 경찰청 차장, 서울청장, 경기청장, 부산청장, 경찰대학장 등 5개 자리에 불과하다. 요직 중에 요직이다. 여기서 부산의 치안총수 역할을 하는 부산청장은 일반 행정직 1급 자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시민생활 곳곳에 미치는 영향이 막중하다.
1964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권 청장은 경찰대(2기) 출신으로 부패방지위원회 파견(2005년 총경 승진), 경기경찰청 3부장(2011년 경무관 승진), 경찰청 기획조정관(2013년 치안감 승진), 경북경찰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뒤 지난해 12월 부산경찰청장(치안정감 승진)을 맡았다.
하지만 이런 소통의 모습은 '무대 위의 연극'이었나 보다. 지난 7일 각종 언론매체에서 '권기선 부산경찰청장의 부하직원 폭언 파문'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취임 한 달 만의 일이다. 부산경찰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그는 부산 경찰 4800여 명의 수장이다. 권기선 부산경찰청장은 그동안 간부 경찰들에게 수차례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 수모를 겪은 총경급 해당 경찰은 권 청장에게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의 조직문화는 상명하복이다. 그만큼 계급을 중요시한다. 상사의 부조리한 행위에 대해 부하가 공개 해명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사건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한다.
이에 대해 권 청장은 "직원들과 친근한 분위기에서 소통하자는 취지였는데 욕심이 앞서 과한 언행을 한 것 같다"며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앞으로는 전체적인 흐름에 맞춰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과연 그럴까. '권기선 부산경찰청장의 막말 사태'를 접한 시민들은 그의 해명을 들은 뒤 이른바 '땅콩 회항'의 장본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행한 '악어의 눈물'을 연상하는 사과성 발언을 떠올리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문제의 여객기 사무장에게 겉으로는 사과한다면서도 "기내 서비스 규칙을 잘못 지킨 사무장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를 또 한 번 샀다.
권 청장이 '친근한 분위기'와 '소통'을 강조하면서 부하직원에 행한 막말에 대해 사과했다는 점은 누가 봐도 '자기 합리화'에 더 치우친 사과성 발언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사태를 접한 시민 중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많다. "권기선 청장이 세월이 지나 경찰복을 벗고 일반인으로 돌아간 뒤 후배 경찰관들이 그를 어떻게 대할까 생각하면 벌써 그림이 그려진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막말을 한 뒤 사과하면서 친근과 소통을 강조한 부분에서 힘 있는 사람의 자기변명처럼 들린다."
권 청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배려를 강조하는 조직 문화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권 청장은 "조직이 좀 더 다이내믹하고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배려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시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니 고개가 갸웃거린다.
권기선 부산경찰청장은 최근 수요자 중심의 치안 서비스를 구현하는 '홍익(弘益)치안'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부하 직원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조직의 사기를 끌어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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