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밤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대리기사 윤재영 씨가 고객을 태우고 운전을 하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2005년부터 일해온 윤재영 씨
- 자식 공부·취업 뒷바라지 뿌듯
- 음주·주먹질 손님 상대 힘들어
- 어엿한 직업인으로 대해주길

지난 6일 오후 9시 대리운전기사 윤재영(55) 씨 스마트폰 화면에서 끊임없이 배차 정보가 올라왔다. 이 정보는 대리운전기사가 사용하는 앱이다. 고객과 떨어진 거리, 요금과 목적지가 표시된다. 대리기사는 이 앱을 하루에 500원 내고 이용한다.

윤 씨는 이날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고객 요청을 접수해 부산 남구 대연동 한 언덕길까지 차량을 몰았다. 목적지로 향하던 그는 "다음 고객의 위치가 중요한데…"라며 살짝 말끝을 흐렸다. 대연동도 대연동 나름이다. 황령터널 바로 아래도 대연동이고, 취객이 많은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도 대연동이다.

다행히 다음 고객은 가파른 고갯길을 175m가량 내려가는 위치에 있었다. 경력 10년 차인 윤 씨의 탁월한 감각 덕택에 일이 수월해졌다. 그는 대연동 주민센터와 문현교차로에서 뜬 고객 요청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다, 문현교차로를 선택해 두 번째 고객을 수월하게 맞이했다. 윤 씨는 "황령터널 바로 아래 대연동에서 배차가 접수되면 접근 자체가 어렵다.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지만, 비용은 고스란히 운전기사 몫이다"고 설명했다. 뛰거나 걷는 일이 많아 윤 씨 무릎에는 물이 찼고, 발바닥은 티눈이 생겼다.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취객을 상대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윤 씨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취객도 크게 줄었다. 음주문화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을 실감한다"면서도 "고객 주먹에 맞아 경찰서를 자주 드나든다"고 하소연했다.

더 어려운 것은 집 주소를 제대로 말해 주지 못할 정도로 취한 고객을 상대할 때이다. 고객 휴대전화로 집에 전화를 걸지 못한다. 손대면 절도범으로 몰린다.

수입이 들쭉날쭉해 생활이 불안한 것이 또 다른 고민거리다. 대리기사는 하루에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으로 출근비 3000원과 앱 이용료 500원을 회사에 낸다. 배차 한 건당 3000원을 회사에 지급하며, 주거밀집지역이나 인적이 드문 동네로 들어가면 그 지역을 '탈출'하기 위한 택시비가 자기 부담이다. 1만 원짜리 대리운전 10번을 뛰어도, 남는 돈은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열심히 일해야 한 달에 150만 원을 만진다.

2002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윤 씨는 알바로 시작한 대리운전을 2005년부터 직업으로 삼았다. 그는 대리운전으로 자녀 교육을 마쳤고, 지난해 아들과 딸이 취업해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했다는 뿌듯함이 있다. 윤 씨는 "새해엔 가족이 건강하길 바란다. 이에 더해 시민이 대리운전 기사를 어엿한 직업인으로 대해주길 소망한다"며 웃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대리운전기사는 7개 업체 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