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D 우수인력 확보 포석 불구
- 지역경제 파장 커 우려 목소리

울산 소재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본사를 지역에 둔 현대중공업이 최근 서울에 선박영업본부를 출범시키면서 고급 인력들이 대거 빠져 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울산은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울산시와 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서울사무소(계동)에 선박영업본부를 출범시키면서 울산 본사의 선박설계인력을 대거 서울사무소로 발령냈다. 이 뿐만 아니라 울산의 현대미포조선과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 소속 설계조직까지 서울로 이전시켰다.

또 올해부터는 서울사무소에 현대중공업 계열 3사의 조선, 건설장비, 건설 및 플랜트, 해양 부문의 영업부서가 설치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서울로 이동하는 직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 마디로 선박과 관련한 모든 계열사의 설계와 영업 조직을 통째로 떼내 서울사무소로 옮기는 셈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플랜트사업본부의 발전 및 플랜트 설계인력 일부도 이미 서울행이 결정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현대중공업 그룹 전체 직원(2만7000여 명)의 10% 가량, 관리직의 절반 가량이 서울로 이동하게 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박, 해양, 화공, 플랜트 설계인력을 서울로 모으는 것은 선박 및 플랜트 설계의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우수한 설계인력을 계속 확충해 기본 설계는 물론 생산 설계와 상세 설계까지 집적화하는 등 설계 역량을 강화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직 개편에 대해 지역에서는 인력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업과 설계 등의 고급인력이 한꺼번에 울산을 빠져나가면서 다른 대기업처럼 현대중공업도 울산 본사가 '현지공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2000여 명 안팎의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가뜩이나 성장세가 둔화된 울산의 인구 감소는 물론, 부동산과 소비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고급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면 지역 경제뿐 아니라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 현대중공업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도 차질이 예상된다"며 "생존 전략 차원에서 인력 이동이 이뤄지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과도한 인력 유출이 이뤄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